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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제 직업은 피해자입니다” (2019-03-08)

한때 유통업에 속했던 다단계판매방식은 금융업으로 넘어가고 있다지요. 한 사람 한 사람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을 전달하면서 한 뼘씩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던 사업자들의 이야기는 옛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약 140개 사에 불과한 등록 다단계업체보다는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테헤란로에만 해도 최소 10배는 더 많을 거라는 것이 이 바닥의 정설입니다. 매출로 따진다면 5조 원 남짓한 유통업으로서의 다단계판매는 금융업으로서의 다단계판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당연히 그러하리라고 짐작됩니다. 피라미드 방식으로 운영되는 물류 다단계판매업체라고 해봤자 고작 300만 원 안쪽의 매출을 받고 있지만 아무리 작은 금융 피라미드 업체라도 1인당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받고 있으니까요.

이 사람들은 이제 물류의 시대, 그러니까 생필품을 유통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가 돈을 벌어주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합니다.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등 제대로 설명조차하지 못하는 일들을 주워섬기며 투자를 종용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들의 면면은 결코 투자를 하거나 함께 일을 하고 싶어지지 않는 비주얼일 때가 많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을 부르짖었음에도 여전히 남루한 그들의 행색은 투자의 원칙과 목적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몇 억을 벌고 몇 십억을 벌었다고 말들은 하지만 그것은 다만 한때 스마트폰 앱에 찍혔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은 최첨단 금융산업에 종사하노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직업은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어리석은 추종자들일 뿐이지요. 수십억을 벌었다는 사람이 왜 여전히 테헤란로 인근의 좁은 오피스텔 한 칸에 옹기종기 끼어서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말로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을 노리는 것일까요?

이제 그들은 아무리 큰 금액을 편취당하더라도 돈을 잃은 것도 느끼지 못하는 ‘피해 중독자’일 뿐입니다. 어쩌면 그들 역시 처음에는 피해를 입고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분을 삭이지 못해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속되는 타격은 맷집을 길러주기 마련이지요. 끝내 그 사람들은 사소한 피해에 굴하지 않는 직업적인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금융피라미드나 유사수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진리를 터득한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기를 쓰고 앞쪽에 줄을 서기 위해 안테나를 세웁니다. 직업적인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는 직업적인 사기꾼들에게는 안성맞춤인 먹잇감이 되는 겁니다.

시간이 된다면 길일을 택해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세요. 혹시 당신이 바로 직업적인 피해자는 아닌지. 한두 번의 피해는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고수익이란 분명히 큰 위험 속에 숨어 있으니까요. 투자 경험은 많아도 원금을 상회하는 수익을 낸 적이 없다면 당신의 직업은 피해자입니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유사수신 현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합법적이고 정상적이며 글로벌한 기업에서도 피해자는 속출합니다. 다만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다시 길일을 택해 목욕재계 후 명상에 들어 봅시다. 누구나 쓸 수밖에 없는 생필품을 유통한다는 것은 사업적으로는 아주 큰 비전이지요. 그런데 혹시 스폰서가 직급 간다고 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한 적은 없으신지요? 한 번 정도라면 팀웍이라는 이름으로도 납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매원들이 스폰서를 딱 한 사람만 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실버 위에는 골드가 있고, 사파이어가 있고, 에메랄드가 있고, 루비가 있고 다이아몬드가 있습니다. 그 위에는 더블, 블루, 블랙 등등의 다이아몬드가 줄지어 서 있으며 다시 크라운이 있고 로얄크라운이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 위에 이러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위해 매출을 칠 수밖에 없었다면 당신이 그 회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미 그곳에서 1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피해자라는 직업을 가진 것입니다.

다단계판매가 됐든 유사수신이 됐든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 자꾸 피해로 돌아온다는 건 재능이 없다는 말도 됩니다. 충고 하나 할까요? 당장 그곳에서 반경 5km 밖으로 대피하십시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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