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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땅을 팔아 대박난 지구인 (2019-03-15)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미국의 닐 암스트롱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폴로 11호가 비로소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 달에 직접 갔었던 닐 암스트롱조차 엄두내지 못했던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심지어 그는 달을 분양하는 사업을 벌여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고, 그 결과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유엔 우주조약 ‘달’ 국가 소유권만 부정
달에 있는 땅을 파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 그보다 달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의문의 시발점은 미국인 데니스 호프가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부터 비롯된다.

데니스 호프는 1980년부터 달, 화성 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왔다. 1967년 발효된 유엔 우주조약은 ‘국가와 기관은 달•행성의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데니스 호프는 이 조약이 국가 소유권만을 부정하고 있다는 맹점을 이용했다. 기업이나 개인은 소유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달의 땅을 팔아 1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데니스 호프

데니스 호프는 미국과 소련에 달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윽고 그는 1980년 11월 샌프란시스코시 법원에 달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얼토당토않아 보였던 그의 주장은 세간의 놀림거리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놀랍게도 법원은 데니스 호프의 손을 들어준다. 데니스 호프의 주장에 반하는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으로부터 달의 소유권을 인정받게 되자 데니스 호프는 본격적인 ‘우주 장사’에 나선다. 그는 ‘달 대사관’이라는 의미를 가진 루나 엠버시(Lunar Embassy)라는 회사를 차리고, 1에이커 당 19.99달러에 달의 땅을 분양하기 시작했다.

데니스 호프는 이런 방식으로 1980년부터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우주의 땅을 팔아왔고, 1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고 한다.

1에이커는 4,046㎡(약 1,224평)로 축구장의 절반에 달할 정도의 면적이다.

한국 돈으로 5만 원 정도면 축구장만한 달의 땅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루나 엠버시에서 달의 땅을 사면 달 토지 소유 증서와 함께 땅의 위치가 표시돼 있는 지도, 달 토지 소유 약관 등의 서류도 받는다.

놀랍게도 조지W부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톰 쿠르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인들도 달의 땅을 사갔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달의 땅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약 1만 명 이상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1에이커 당 24.99달러에 거래돼
루나 엠버시에 따르면 달의 땅 매매는 간호사, 의사, 변호사, 나사(NASA)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고객들의 선물용으로 구입해 가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사거나, 자신들의 자식들을 위해 혹은 전매한 뒤 질병 연구에 기부하기도 한다.
▷ 현재까지 달의 땅을 판매하고 있는 루나 엠버시(Lunar Embassy)의 홈페이지 화면

3월 13일 현재까지도 1에이커 당 24.99달러에 달의 땅을 구입할 수 있다. 워낙에 화제가 된 탓인지 인터넷에서 달 구입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해보면 유사 사이트도 등장하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루나 엠버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데니스 호프는 1980년 유엔에 소유권을 주장해왔다”며 “달을 판매하는 다른 회사들은 모두 모방 회사이니 조심하라”는 당부 메시지까지 실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중국판 봉이 김선달
데니스 호프의 우주 장사 도중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5년 10월 12일, 중국의 두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당시 중국인들은 우주에 대한 부푼 꿈으로 들떠 있었다.

데니스 호프는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독일, 영국 등에 이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지점을 개설한 것이다. 당시 리 지에(李捷) 달 대사관(루나 엠버시) 베이징지점 최고경영자가 하루에 수백 통이 넘는 문의 전화를 받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국은 달 대사관 정식 개점 사흘에 최고경영자인 리제 앞으로 재산압류 통지서를 보낸 뒤 영업허가증과 각종 전표, 달 토지 소유증서, 직원모집서류 등과 달 토지 판매 수익금 1만 여 위안을 압류했다. 리 지에는 베이징시 상공분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5만 위안의 벌금형이 내려졌고, 이에 불복해 소송에 나섰으나 패소했다.

데니스 호프 회장은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 등 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유명 영화배우들도 달나라 토지를 분양받았다”며 “35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리 지에는 데니스 호프를 능가하는 중국판 봉이 김선달이었다. 그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독일의 신선한 공기를 팔겠다거나, 여성들을 상대로 ‘처녀증’을 발급해주겠다며 장사에 나서면서 논란이 됐다.

한편 달의 땅을 사고파는 것에 대해 독일과 스웨덴에서 사기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우주는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우주의 주인은 누구?
데니스 호프 박사는 샌프란시스코시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법률 근거로 내세우며 여전히 활발한 우주 장사를 펼치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특정 국가가 달•행성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데니스 호프 박사의 사례처럼 개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과 개인이 우주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활동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기업이 우주 자원을 수집해 자원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법(CSLCA)’에 서명했다. 우주는 공유의 대상이어서 누구도 상업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지만 CSLCA는 데니스 호프의 사례와 같이 민간 차원이라는 점에서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올해 초 우주개발 추진체계를 정부 중심에서 민간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주개발의 중심축이 점차 국가 중심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흐름으로 유엔의 우주조약과 맞물린 소유권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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