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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한 나라의 정체성이 담긴 예술작품, 지폐 (2019-03-15)

여행이든 출장이든 해외를 다녀오게 되면 방문 국가의 화폐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동전은 동전대로 지폐는 지폐대로 따로 보관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물론 국내 은행에서 환전이 가능한 지폐는 다시 원화로 바꾸기도 하지만 환전이 불가한 동전이나 개인 콜렉션용으로 지폐를 보관하기도 하죠. 각 국가의 화폐는 단위에 따라 상징적인 장소, 인물, 동물 등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폐의 디자인은 예술작품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폐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고, 한 나라의 정체성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색적인 지폐 디자인을 보며 해당 국가의 이모저모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와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렇듯 지폐는 국기 다음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제2의 얼굴이기에 각 나라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듭니다.

전 세계에 수많은 화폐가 존재하지만 오늘은 몽골 지폐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몽골 화폐는 현재 국내 시중은행에서는 환전할 수 없습니다. 현지를 방문해 환전하거나 온라인상에서 단위에 따라 다발로 경매 또는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수집가들을 통해 준비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해 보니 현지 환전소에는 소매치기가 많아 사전에 환전해서 몽골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합니다.

몽골은 현재 동전이 없고 모두 지폐로만 통용됩니다. 단위는 10•20•50•100•500•1,000•5,000•10,000•20,000투그릭(Togrog)으로 사용됩니다. 몽골 지폐에 있는 그림을 설명하기 앞서 짤막하게 몽골 역사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몽골제국 시대의 통치 영역은 오늘날 그 어떤 나라보다도 넓었습니다. 동쪽으로는 임진강변의 고려 개경에서부터 서쪽으로는 드네프르(Dnieper)강가의 키예프 대공국까지, 남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의 바그다드에서부터 북쪽으로는 시베리아 벌판에 이르는 영역이었죠. 문치무공(文治武功)이 왕성했던 13세기에는 세계 대륙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호령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카라코룸(Karakorum)은 몽골제국의 수도이자 세계의 수도였습니다.

카라코룸의 웅장함은 오늘날 무너진 담만 남아 있기 때문에 후대 사람들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몽고 비사>, <원사(元史)>, <신원사(新元史)>에 기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서양에서 카라코룸을 방문했던 사절단과 전도사들이 그들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자로 거대한 사막에 위치한 고도의 화려한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뤼브뤼키의 동유기>에 가장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후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제국의 수도는 사방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벽의 돌출된 부분에는 채색한 그림과 비단이 장식되어 있으며, 칸 궁전의 황금색 기와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비범한 광채를 내뿜는다.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 심지어 서로 적대하는 종교도 이곳에서는 모두 조화롭게 지낸다.”

뤼브뤼키가 몽골제국에 대해 남긴 기록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칸 궁정 안에 위치한 실버트리(Silver Tree)였습니다.

“가죽 부대에 젖이나 술을 담아서 궁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다. 그래서 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온 기욤이라는 건축가에게 궁전 입구에 거대한 실버트리를 만들게 했다. 실버트리의 줄기, 잎사귀와 과실은 은과 보석으로 만들어졌다. 실버트리 주위에는 말 젖을 내뿜는 은사자 네 마리가 있고, 줄기에는 네 개의 관이 나무 꼭대기까지 뻗어있는데, 관 끝에는 도금한 뱀 네 마리가 꼬리로 나무줄기를 둘둘 감고 있다. 뱀의 입에서는 각각 포도주, 미주(米酒), 마유주, 벌꿀주가 뿜어져 나왔다.”

후대 사람들은 뤼브뤼키의 기록을 바탕으로 거대한 사막 초원에 존재했던 기이한 광경을 다양한 도안으로 재현했습니다. 특히 1993년 이후 발행된 투그릭 지폐는 대몽골제국의 화려한 과거를 하나하나 재현하고 있습니다.

500투그릭 및 1,000투그릭에는 <몽고비사>에도 기록된 적 있는 호화로운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서른 마리가 넘는 소가 화려하고 묵직한 황금 수레를 끌고 있는데, 이는 오고타이가 사용했던 이동 궁전입니다. 훗날 귀위크와 쿠빌라이가 각각 칸 지위를 쟁탈하기 위한 전쟁을 벌인 후 황금 수레는 문헌에서 사라졌습니다.

5,000투그릭과 10,000투그릭 지폐 뒷면에는 칸의 궁전 앞에 설치된 실버트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극히 사치스러운 실버트리는 호쾌하고 손님을 대접하기 좋아하는 유목 민족의 특색을 보여줍니다. 물론 우리는 현재 이를 실제로 볼 수 없습니다. 지폐의 도안으로 사용된 실버트리는 18세기에 네덜란드인이 뤼브뤼키의 기록을 바탕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상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그림은 동양의 화려함과 서양의 아이디어가 결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선호 기자ezang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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