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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돈 좀 버셨습니까? (2019-04-12 10:27)

꽃이 피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지는 꽃이 더 많이 눈에 띄는군요. 화무는 십일홍이라지요.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입니다. 지는 꽃을 보고 있노라니 찬란하던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테헤란로에서 보낸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극소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바닥을 떠나갔지만 목숨이 붙어 있고 아직까지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2호선 라인을 따라 테헤란로를 오고 갑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오랫동안 이 곳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어언 30여 년의 세월을 테헤란로에다 바친 셈이 되는군요.

30년 전 우리는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만 고생하면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졌을까요? 짧은 생각이겠습니다만 만약에 그런 자유를 온전히 향유한다면 가급적 이 거리로 나와 돌아다니지는 않겠지요. 결국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암웨이나 뉴스킨, 허벌라이프, 유니시티, 시너지,  하이리빙 등의 건실한 기업을 만나 이 긴 세월동안 집중한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졌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은 월급쟁이 노릇을 이어가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럽기도 한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현실을 보노라면 별로 달라지지 않은 월급쟁이 노릇을 지금까지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고 스스로 감탄할 때도 있습니다. 부유한 적은 없었으나 밥 굶은 적도 없기 때문이지요.

다단계판매사업은 판매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되기 쉽습니다. 판매원들이 가장 쉽게 속아 넘어가는 말이 ‘인세 소득’입니다. 이 말 뜻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짐작하자면 끊이지 않는 샘물처럼 돈이 솟아난다는 말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인세란 책이나 음반 등이 팔려나갈 때마다 저작권자에게 일정 비율의 돈을 지급하는 일종의 시스템입니다. 전업 작가나 가수들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책이나 음반이 팔리지 않으면 인세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인세 역시 샴푸나 치약이 팔리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단계판매사업을 통해 성공하자면 돈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다단계판매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돈 관리의 첫 걸음은 저축입니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이유는 수입을 탕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앙입니다. 이런 재앙은 인세 수입 또는 인세 소득이라는 말에 속아서 발생합니다.

10년 넘게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했다면 누구에게 인세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세를 믿는다는 것은 머리가 나쁘거나, ‘이번만은’이라는 헛된 기대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다단계판매는 제품 구입비용을 제외한다면 사실 상 드는 돈은 거의 없는 사업입니다. 보증금이나 월세, 재료비, 인건비 등이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가망신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왜일까요?

짐작하자면 저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사재기를 했기 때문일 겁니다. 다단계판매라는 것은 내가 사재기를 하고 매출을 올린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나보다는 하위의 판매원이 열심히 하든 사재기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재기를 하는 걸까요? 상위의 판매원, 즉 스폰서가 새로운 직급에 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의 인정이라는 것이 이렇게 발목을 잡습니다. 다른 사람 돈 벌게 해주자고 스스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스폰서를 위해 사재기를 했는데, 파트너는 나를 위해 사재기를 하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흘러가면 조금씩 패가망신에 가까워진다고 봐야 합니다.

다단계판매가 됐든 뭐가 됐든 한 번 들어온 돈을 가급적이면 내보내지 않아야 부자가 되고 성공이라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돈도 들어오기 전에 가진 돈부터 미리 내보내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테헤란로를 통과하는 지하철 2호선에는 남녀노소 수많은 판매원들이 몸을 싣고 있습니다. 한때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 담긴 꿈열차였겠지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민을 실은 열차처럼 보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다단계판매는 나를 위한 사업입니다. 돈 좀 벌어야지요.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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