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오이시이 구마모토 (2019-04-12)

일본은 걷기 좋은 나라다. 삿포로나 시즈오카 같은 작은 도시는 물론이고 도쿄나 오사카마저도 걸어서 돌아보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공기가 맑고, 차량이 많지 않으며, 많지 않은 차량들도 속력을 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엄청난 범칙금이 부과되는 관계로 불법주정차 된 자동차가 거의 없는 것도 도보여행자의 발걸음 가볍게 만든다. 하물며 인구 70만 명이 조금 넘는다는 구마모토임에랴.

구마모토 국제공항의 정식 명칭은 아소구마모토공항이다. 천안아산역이나 김천구미역처럼 맞붙은 두 도시의 이름을 함께 사용한다. 이름은 국제공항이지만 구마모토에 취항한 항공사는 티웨이와 에어서울 그리고 차이나항공이 고작이다. 작은 도시의 버스터미널만한 체크인 부스도 그렇거니와 2층의 출국장도 지나치게 아담하고 또 조용하다.

그러나 국내선 터미널은 일본 전역에서 취항하는 항공기 승객으로 인해 북적거린다. 특히 쇼핑센터는 큐슈(구마모토,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가 등의 도시를 포함하는 도(道))한정 상품으로 빼곡하게 채워놓아 일본사람이든 외국 사람이든 큐슈를 떠나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일단 국제선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친 다음 국내선 터미널로 옮겨가 마구 지르면 된다. 한국과는 달리 공항이라고 해서 바가지를 당연하게 여기지도 않아 가격도 착하다.

공항에서 구마모토 시내까지는 30분 남짓 걸린다. 이동 시간이 짧다는 것도 소도시 공항의 매력 중의 하나다. 인상적인 것은 국제공항에서 인구 70만 명이 산다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이 2차선이라는 사실. 버스도 서두르지 않고 뒤따르는 화물차나 승용차도 보채지 않는다. 한국보다 한 주 정도 먼저 당도한 꽃소식으로 도시 전체가 화려하게 나부낀다.  

구마모토성

구마모토에 간 이상 반드시 봐야할 것은 구마모토 성이다. 지난 2016년의 대지진으로 성곽이 크게 무너져 입장할 수는 없지만 성 밖의 공원을 걸으며 건너보는 풍경도 나쁘지 않다. 성외곽에는 작으나마 수목원도 있어서 봄꽃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능수벚꽃을 비롯해 뚝뚝 붉은 송이 째 떨어져 내리는 동백꽃, 그리고 비교적 손길이 미친 꽃밭에서는 튤립도 화사하게 봄볕을 즐긴다.

정교하게 쌓았을 기단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현장을 보면서 지진이라는 걸 상사해보지만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재앙을 실감나게 떠올리기란 불가능하다. 무너진 성곽으로 인해 구마모토 성은 더욱 비장하게 아름답다.

구마모토성 주위에는 현대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산재해 있고 쇼핑과 식도락을 즐길 만한 곳도 차고 넘친다.

스이젠지죠주엔

전형적인 일본 정원이다. 근처의 마츠야(松屋)라는 현대식 료칸에 묵는다면 아침산책의 묘미를 한껏 누릴 수 있다. 정원으로 곧장 들어가는 길을 택하지 말고 느릿느릿 동네를 한 바퀴 돌면 팔뚝만한 잉어들이 느긋하게 헤엄치는 개울을 만날 수 있다.

구마모토는 특히 물이 많고 또 맑은데 이 도시의 모든 가정과 식당에서도 지하수를 사용할 정도다. 아소와 함께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온천지역이지만 굳이 온천을 찾지 않더라도 지하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물을 느낄 수 있다.

스이젠지죠주엔에 떨어지는 아침햇살을 정갈하다는 말로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맑고 깨끗한’ 보다 한 수 위의 그 무엇. 그 아침햇살을 받으며 정원의 연못을 지나 가장 느린 걸음으로 걷다보면 어느새 머릿속은 아름다운 생각들로 가득 차오른다.

전통가옥의 툇마루에 앉아 부드러운 말차와 달콤한 과자를 곁들이면 더 이상 풍요로운 것을 이 세상에 없을 성 싶다. 수면에 반사되는 햇살과, 새소리와, 바람결을 따라 몰려왔다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꽃향기.

구마모토라멘

구마모토라멘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타마고라멘(계란라면)이다. 돼지 사골을 진하게 우려낸 국물과 더 짙게 풍기는 구운 마늘향이 잡내를 완벽하게 걸러준다. 두툼하게 썬 차슈(돼지의 넓적다리나 등살을 술•향신료를 친 간장에 절여서 굽고 찐 것) 두장과 넉넉하게 들어찬 숙주, 얇게 저민 다시마 그리고 잘게 썬 파, 생 김 한 쪽이 구마모토 타마고라멘을 완성한다.  

말고기

구마모토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음식이라면 말고기다. 말고기는 자칫 특유의 노린내로 인해 두고두고 거부감을 주기 쉬운 음식인데 이곳의 말고기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냄새는 고사하고 향기로울 지경이다. 전골로 먹어도 좋지만 솜씨 좋은 주방장이 쥐어 주는 우마즈시는 말고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와쇼쿠 나카무라(和食 仲村)’

와쇼쿠 나카무라는 미슐랭 별 하나를 달고 있는 맛집이다.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이 밥을 먹을 확률이 높다. 점심 영업은 하지 않고 오로지 저녁에만 문을 연다. 아무리 한국에서 가깝다고 해도 구마모토 역시 일본이므로 스시의 수준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해봤자 입만 아플 뿐.



이타마에카이세키(板前會席) 설(雪, 6,400엔) 월(月, 7,500엔) 화(花, 8,600엔) 중에서 골라보자. 구마모토에서 빚은 코오로(香露)라는 일본술을 곁들여도 좋고, 기린 생맥주를 곁들여도 좋다.

아귀 간, 어란, 실치 찜 등이 포함된 전채부터, 복어와 닭 가슴살로 끓여낸 국물요리, 참치뱃살, 닭새우, 도미 등이 나오는 사시미, 전복•옥돔•콩 등을  순무즙으로 낸 질퍽한 국물과 내놓는 요리, 미디엄 레어로 익힌 와규 등심(히레)에 구운 마늘과 실파를 함께 내는 고기요리, 질게 지은 찰밥에 완두콩과 함께 나오는 장어덮밥, 해초의 끈적끈적한 성질을 살려 숟가락을 떠먹도록 한 진주조개 관자, 담백하게 입안을 정리하는 매생이 죽. 그리고 말차 한 잔으로 입을 헹구고 정찬의 대미를 장식하는 벚꽃아이스크림까지.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ZOOM IN 더보기

HOT NEWS 더보기

현장 스케치

동영상배너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식약신문
다이렉트셀링

업계동정 더보기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