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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세미나는 감동인가, 감금인가

<기획> 바뀌었으면 좋겠다 ①1박 2일 세미나

  • (2019-04-19 17:15)

다단계판매시장이 2년간의 부진을 딛고 상승모드로 돌아섰다. 경제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불황의 늪은 점점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단계판매사업은 경기가 나쁠수록 오히려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여 왔으므로 경제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로 읽힌다. 그러나 바뀌지 않고서는 다가올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없다. 무엇부터 바꾸어야 할까?

 

다단계판매업체의 1박 2일 세미나는 회사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매원들의 사기진작과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낯선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하거나, 부업으로 활동하는 판매원 사이에서는 “감금돼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 소속감으로 의기투합

1박 2일 세미나는 회사 또는 그룹의 스폰서들이 주관한다. 판매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의 경우 평균적으로 당일 1만 원, 1박 2일 5만 원의 가격에 티켓을 판매하고, 나머지 비용은 스폰서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에서는 비용이나 제품을 협찬하기도 한다. 회사가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다시 제품으로 되돌려 주기도 한다.

모 다단계판매업체 관계자는 “1박 2일 세미나를 통해 대부분 리크루팅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히 사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같이 공연도 하고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매슬로의 욕구(소속감)를 충족시키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학교 다니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사회에 나가면 이런 기회가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또 “판매원들이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할 경우 회사에서 많은 비용을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1/10 수준은 지원한다”며 “오히려 리더들의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좋다. 회사는 방향을 제시하고, 회원들은 그룹별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며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다만 “세미나를 금, 토요일에 진행하더라도 평일이 하루 있기 때문에 전업을 하지 않는 분들은 일부러 휴가를 내야하고, 제주도처럼 멀리서 사업을 하는 분들은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는 등의 불편한 점들은 있다”고 전했다.


◇ “참석 안하면 불이익 준다” 문자 받기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판매원 또는 판매원이 되려는 사람에게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교육•합숙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진행되는 1박 2일 세미나는 합숙을 전제로 하되 대부분 강제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박 2일 세미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판매원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인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한다고 하소연한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부업으로 판매원 활동을 한 지 3년이 됐다. 1박 2일 세미나는 회사나 판매원 입장에서 사업적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강제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그룹별로 세미나를 가졌을 때는 스폰서들끼리 참석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안다. 내가 스폰서라고 한다면 참석하지 않은 파트너는 당연히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원 B씨는 “이 업체는 세미나뿐만 아니라 그룹마다 별의별 모임이 다 있는 것으로 안다. 머릿수 채우는 데도 예민하다”며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불이익이 담긴 문자를 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지인의 소개로 1박 2일 세미나에 참석했던 C씨는 “두당 3명을 데려와야 한다고 하도 닦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8만 원이나 내고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뭐에 홀린 것처럼 즐거워 보였지만, 환호와 박수 소리를 들어보니 세미나가 아니라 세뇌교육을 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한 주부 사업자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싶어도 집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당일치기를 하자니 대부분 지방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판매원 모 씨는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1박 2일 세미나는 ‘공기 좋은 곳’에서 한다. 말이 공기가 좋은 곳이지, 막상 가보면 버스나 택시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라며 “자차를 끌고 가면 기름 값이 부담되고, 당일만 참석하고 싶어도 빠져 나올 수가 없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고 올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세미나 장소를 일부러 외진 곳에 선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서울에서 진행할 경우 중간에 이탈하는 판매원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한편 1박 2일 세미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강요라는 용어가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는 것인데, 가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갔다거나, 강제로 못나가게 막거나 헌법상 행동의 자유를 극히 제한하는 경우가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방문판매법 시행령의 ‘부담을 주는 행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연간 5만 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세미나가 자율 참석이라면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위민의 한경수 변호사는 “본인의 의사에 반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주관적인 것인데, 내일 다시 오게 하든가, 아니면 돌아가라고 하든가 강제성이 없는 이상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했을 경우에는 의사에 반하여 합숙을 강요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무부과행위에서 일종의 의무를 부과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합숙 금지 조항은 과거 젊은 층과 관련된 문제로 만들어진 규정이기 때문에 다른 사안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부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세미나 자체를 나쁜 것으로 호도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세미나의 기능을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신규 회원들을 배려한 세미나 문화를 정착함으로써 외연 확장의 기능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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