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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일자천금(一字千金) (2019-04-29 09:09)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을 말합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해주는 도구 역할을 하지요. 도구라는 것은 쓰임새에 따라 이롭기도 하고, 반대로 해롭기도 합니다. 칼이 요리 도구로 사용되거나 무기로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말 역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금요일처럼 달콤하기도, 월요일처럼 씁쓸하기도 합니다.

몇 해 전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일화가 떠오릅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한 중년여성이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아이의 엄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글을 게시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루는 반찬가게의 직원이 휴가를 내는 바람에 그녀의 어머니가 가게로 나와 일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에게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공장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해 왼쪽 손을 잃었던 겁니다.

어쨌든 모녀는 함께 일을 하게 됐고 저녁때를 넘긴 시간, 네다섯쯤 돼 보이는 아이와 그의 엄마가 함께 가게에 왔다고 합니다. 그 시각쯤 사연 속 주인공의 어머니는 장시간 일을 해서 피부가 간지러웠고, 장갑과 의수를 벗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묻더랍니다. “할머니는 손이 왜 없어요?” 순간 모녀는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그냥 다쳤다고 답하려다가도, 그렇게 하면 어린아이가 너무 무서워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아이의 엄마는 “이 할머니는 음식을 너무 맛있게 잘 만들어서 천사님들이 손을 빌려간 거야. 외할아버지처럼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시면 빌려줬던 손도 돌려받고, 선물도 많이 받으실 거야”라고 아이에게 말해줬다고 합니다. 아이는 배꼽인사를 하며 “할머니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하고 돌아갔다고 하지요.

어쩌면 말을 이렇게 이쁘게 할까요? 반찬가게의 모녀도 연거푸 그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게시물을 통해 전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반찬가게에 왔던 그 아이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하지만 세상에는 꼭 아름다운 일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로써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사례도 있습니다. 교육부가 최근 밝힌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학교폭력의 피해 유형 중 언어폭력(42.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직장인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2%가 직장 내에서 갑질을 경험해봤다고 응답했고, 갑질 유형 중 폭언 등 언어폭력이 37.6%로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다단계업계에서도 말은 중요한 사업 수단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해서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견입니다만 대개 높은 직급을 걸치고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스피치를 들으면 말을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세월을 설득의 전쟁터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기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 업계의 한 종사자가 또 다른 업계 종사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며 하소연 해온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표현으로도 의사전달이 가능했던 사안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험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유독 이 업계에는 불필요하게 말을 많이 하거나, 목소리만 크게 내면서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물론 권위를 내세우는 데에는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자신의 품격을 갖추는 게 먼저 아닐까요?

말은 자신의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심성은 오랜 기간 마주하지 않고, 대화만 나누더라도 대번에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말조심’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겨났을까요.

<언어의 온도>로 잘 알려진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자신이 한 말은 시간이 걸릴지언정 어떤 형태로라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말입니다. 남을 배려하는 말은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지거나, 망신살이 뻗치거나, 흉흉한 소문이 돌거나, 조직이나 단체에서 쫓겨나거나 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말은 많이 한다거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무작정 말만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말들을 꺼낼 것이라면 차라리 입을 열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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