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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만시지탄(晩時之歎) (2019-05-03)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정해진 시간이나 시기가 너무 늦어서 다시 돌이킬 수 없어, 기회를 놓치고 일이 지나간 뒤에 때 늦은 탄식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기회라는 것이 신호나 징후가 눈에 보이지 않지요. 신기루처럼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곤 합니다.

최근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안전성이 확보된 일부 의약품원료까지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토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약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약사회는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발표하자 즉각 ‘국민의 의약품 사용 인식 왜곡하는 건기식 규제완화 정책, 철회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입장문의 핵심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은 국민 인식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각한 오남용, 프로바이오틱스 폐혈증 사망 사건 같은 부작용 사례 등 약사회는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약사들의 이런 우려는 충분히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국민 건강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약사들은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이런 그들의 주장은 무척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약사들의 이런 반발이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해서 일까? 라는 의문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약사들은 약국을 벗어나는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대 초반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이 형성될 때 약국은 모든 제품들이 진출하고 싶어 하는 판매처였습니다. 약사라는 전문성에 전국 어디에나 퍼져있는 약국은 건강기능식품이 진출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약국들도 의약분업 이후 의사 처방에 의한 전문의약품 판매에 매출이 얽매여 있어, 선진국형 드럭스토어(Drugstore)에 관심을 기울이던 시기였습니다. 드럭스토어로 약국의 진화를 꿈꿨던 약사들과 초기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요. 윈-윈이 될 줄 알았던 둘의 관계는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습니다. 제약사 영업방식에 익숙한 약사들은 당시 영세했던 건강기능식품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리한 요구를 했고, 결국 제품들은 다른 시장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약사들이 그처럼 관심을 기울이던 선진국형 드럭스토어는 CJ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었고, 건강기능식품시장도 홈쇼핑, 인터넷 판매 등으로 다변화 되었습니다.

사실 건강기능식품의 홈쇼핑, 인터넷 판매 등은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일지 모릅니다. 반면 선진국형 드럭스토어는 약사들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두 가지를 선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시장을 왜 내줘야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드럭스토어를 살펴보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이 매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질병예방 개념의 도입으로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들의 생각이 병에 걸려 치료하는 ‘약’의 개념에서 예방하는 ‘보조식품’으로 인식을 달리하면서 건강기능식품 구입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성장추세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표한 ‘2018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시장이 4조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7.6%를 기록해 일반식품 성장률 2.6%를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만약, 2000년대 초반 약국들이 건강기능식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 우리나라 드럭스토어 시장은 약국이 주도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건강기능식품 규제를 푸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마구잡이로 규제를 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약국판매용과 일반판매용으로 2원화 해야 한다” 약사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규제완화에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건강기능성의 표시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에 의해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충분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런 주장을 하기 전에 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이 왜 떠나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가격이 적정한지, 소비자에게 복약지도를 꼼꼼히 했는지, 수 없이 약국문을 두드렸던 건강기능식품 업체에 어떻게 대했는지 등에 대해 말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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