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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네 번째 자식

  • (2019-05-31 09:50)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가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로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인보사의 정식명칭은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신약으로 29번째 시판허가를 받은 것이죠.

발매 당시 인보사는 인간의 정상 동종 연골세포와 세포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성장인자가 포함된 세포를 무릎 관절강에 주사해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신약으로 각광 받았습니다. 관절 부위에 직접 주사해 시술하기 때문에 절개, 마취,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고 주사 1회로 퇴행성관절염의 통증을 2년 이상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1회 주사 비용이 600~70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약 3,700명의 환자가 투약했습니다. 

하지만 주성분 중 2액이 허가를 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되며 인보사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인보사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만들어 졌습니다. 지난해 공식 은퇴를 선언하고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 전 회장은 인보사 판매 허가 직전인 지난 2017년 4월 충주공장을 방문해서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인보사는 나의 네 번째 자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보사에 강한 애착을 보인바 있습니다.

사실 코오롱그룹이 바이오•제약에 본격 뛰어든 것도 이 전 회장 작품입니다. 1996년 그룹 회장에 취임직후 바이오•제약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1999년 미국 메릴랜드에 코오롱티슈진 설립, 2000년 코오롱생명과학 설립 모두 이 전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네 번째 자식’이라며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졌던 인보사는 생산•판매가 모두 중지됐고, ‘제 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자식’이란 부모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 전 회장이 ‘나의 네 번째 자식’이라했던 인보사는 사실 이 전 회장의 자식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보사의 개발 과정에는 지난 20년간 정부의 막대한 예산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에서 인보사의 제품화, 상용화, 품목 승인 신청, 연골세포 대량 배양 시스템 개발 등의 사업에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인보사에 지원된 국가 예산만 공식적으로 230억 원에 달합니다.

연구 개발 시작단계부터 인보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펴낸 2018년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백서를 보면 1999~2017년 인보사 연구개발에 정부 예산이 82억 1,000만 원 지원됐습니다. 인보사 전체 연구개발비용이 154억 4,000만원이니 절반 이상을 정부 예산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이 전 회장의 ‘네 번째 자식’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낳고 길러진 것입니다. 자식이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심지어 그 자식은 이 전 회장의 노력으로만 만들어 진 것이 아니고 국가의 혈세를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인보사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상승하고 국내 최초의 바이오 신약이란 명예를 얻었을 때만 자식이고,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부모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미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는 3,700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600~7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주사를 맞고 부작용이 생길지 몰라 벌벌 떨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거액을 지급하고 주사를 맞은 이유는 인보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웅열 전 회장은 회장직을 사임하고 퇴직금 410억 원을 포함해 총 455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 43.5%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입니다.

자식이 사고를 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닌다면 부모는 당연히 그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합니다. 인보사가 진정 자신의 ‘네 번째 자식’이었다면 이 전 회장은 지금 일어난 사태에 대해 환자, 소액주주에게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국민 사과도 해야 합니다. 당신의 네 번째 자식의 잉태와 탄생에는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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