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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악어의 눈물 (2019-06-14)

고대 서양전설에는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움직이는 입과 눈물샘의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킬 때 눈물을 흘린다고도 하지요.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이 작품에서 인용하면서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요즘 들어 이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위선자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누군가를 먹이로 삼키면서 흘리는 그들의 구리고, 지질한 눈물이란…

벌써 8년 전의 일입니다. 이 사건은 ‘거마대학생’이란 단어로 요약됩니다. 바야흐로 2011년.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에서 다단계판매를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며, 대학생 5,000여 명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이 몸을 담았던 업체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합숙을 강요했고,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받게 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을 신용불량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지요. 여기에 제품을 고가에 강매하는 수법으로 폭리를 취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등 흉악한 그들의 속내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16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2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같이 불법을 일삼는 다단계업체들은 주로 취업을 미끼로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등의 거짓말로 학생들을 유인했고, 합숙소, 찜질방 등에서 공동생활을 강요하면서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세뇌교육까지 했다지요.

당시 사법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법당국 등의 단속이 심해지자 잔당세력들이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송파구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가면서 오히려 풍선효과를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 조직의 결속력은 그 전만 못하게 됐어도 완전히 궤멸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처를 여러 번 옮겨 다니면서 조악한 방식의 조직 운영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반품이나 환불 등의 절차마저 거치지 않고 회사가 없어지는 바람에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허다했죠.

이 조직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영세한 업체를 표적으로 삼아 20대에게 취업을 미끼로 고금리 대출을 알선하는 등 예전부터 이어져 오던 것을 답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위 판매원이 대출이 완료될 때까지 옆에서 감시하고, 이 과정을 최상위 직급자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돈이 들어오면 즉시 현금으로 뽑아 물품대금으로 챙겼습니다.

이들은 다단계판매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했지만, 정작 해당 업체의 물건을 팔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했던 한 청년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제품을 수십, 수백 만 원에 강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10만 원에 산 제품이 알고 보니 몇 천 원짜리 싸구려 제품이었단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합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조직은 시중가 1만 1,000원 상당의 치약세트를 10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하는 등 신규 판매원들에게 1인당 9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판매원 900명을 끌어들였고, 7개월 간 34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이 조직의 총책이었던 인물들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이들은 무등록 다단계판매조직을 운영하며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형사입건됐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다단계판매업체에 등록은 했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혐의적용이었지요. 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늘 그래왔듯 총책이 사법당국의 철퇴를 맞았다고 해서 이 조직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잔당세력들은 우두머리의 징역살이를 반면교사 삼기라도 한듯 좀 더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면서 악질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절대적으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이 조직의 근간이 리더가 아니라 그 조직이 갖는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다단계라 불리기도 했던 이들 조직이 거쳐 가면서 멸문지화를 면치 못한 숱한 다단계판매업체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라며 악어의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정체를 내심 알면서도 받아들인 업체 역시 이 조직이 행해 온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업체가, 우두머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정당하다고 자신합니다. 습관처럼 해왔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하지 못하는 걸까요. 분명한 것은 진정 그것을 옳은 것으로 여긴다면, 반드시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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