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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굳세어라 다단계판매

  • (2019-07-12 09:29)

네트워크마케팅, 직접판매, MLM 등등 다단계판매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 보통 업계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속해있는 회사나 하고 있는 일 등을 설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거창한 말 같지만 사실은 다단계판매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저 다단계판매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기 위한 우회적인 표현이지요. 

다단계판매업체의 어떤 사람들은 강연을 통해 자신들은 다단계판매가 아니라 네트워크마케팅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단계판매와 네트워크마케팅의 법적인 차이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는 등 터무니없는 억설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새로운 고객을 만날 때 다단계판매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는다는 게 일부 판매원들의 이야기이자, 고충입니다.

임직원들 중에는 차마 자신이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어 화장품 회사에 다닌다거나, 유통업에 종사한다고 그냥저냥 얼버무리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현대판 홍길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판매원이나, 회사의 직원들이나 어느 누구도 선뜻 다단계판매라는 단어를 꺼내지 못하는 사정을 헤아려보면 ‘다단계판매’라는 말은 주홍글씨쯤으로 치부되는 게 업계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애석하게도 다단계판매라는 단어를 감춰서 득을 보는 게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물론 과거 다단계판매로 인해 발생했던 사건•사고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단계판매업체의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지고 고착화된 결정적인 원인은 피라미드, 유사수신 등 불법 업체의 역할이 컸습니다. 일부 방문판매업체들이 다단계의 영업방식을 사용하면서 법을 어기는가하면, 언론에서 이 같은 불법 업체를 다단계업체라고 표기하면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오해와 억측으로 도배된 이야기들이 사실인 것처럼 퍼지게 되면서, 대중들 인식에 있는 불법 업체와 다단계판매업체와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게 됩니다. 불법 업체와 다단계판매업체를 구별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도 이 같은 불법 업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미지 개선 사업이 많이 진척됐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용어 오남용 때문에 다단계판매업계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언론은 물론이고, 사법당국이나 행정기관에서 내놓는 보도자료조차 유사수신, 피라미드 업체 등을 다단계판매업체로 표현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지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런 일이 발생해도 선뜻 바로 잡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실을 개의치 않아하거나 오히려 다단계판매업계의 일원이면서 자신의 신분을 부정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됐다며, 다단계판매라는 말 자체를 부끄러워하면서 개명을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름을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시도들로 파생된 다단계판매를 달리 부르는 말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혼란을 키우는 일만 초래했지요.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교착상태에 빠진 업계가 전진할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과거로 잠깐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나라 역시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이미지가 좋지 않았습니다. 6.25전쟁의 참화로 걸인이 득실거리고 판자촌이 난무하는 빈민가 천지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을 정도였지요.

그러다 1988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이 부정적 인식을 송두리째 뽑아 버린 전환점이 됩니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비쳐진 대한민국의 모습은 황무지가 아니라 깨끗한 길거리에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는 발전적인 모습이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초고속 경제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혹시 서울의 4대 명찰로 꼽히는 진관사를 알고 계신가요? 유서가 깊은 곳이지만 6.25전쟁을 겪으면서 일부가 소실된 곳입니다. 지난 2009년 사찰 복원 작업을 하던 중 일제강점기 시대의 태극기가 발견된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발견된 태극기는 의도적으로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려낸 것이라고 합니다. 독립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해 볼 수 있지요.

비유가 조금 과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단계판매업계도 오명 위에 화사한 그림을 덧칠하는 마음으로 과감한 이미지 개선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잠든 사람을 깨우는 일은 쉽지만, 잠든 척하는 사람을 깨우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업계의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이 많다면, 이미지 개선도 쉽지 않겠지요. 어떠세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연락 주시겠어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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