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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암호화폐 다단계 (2019-07-26)

1년 이상 존속업체 거의 없어

ICO·IEO 등 코인 사전 판매도 ‘허탕’…소송 대기

암호화폐 시장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코인을 매개로한 피라미드 방식의 사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큰돈을 만졌다는 사람들도 해당 사업의 진행이 멈추면서 사기나 유사수신 등의 죄목으로 사법 처리되는 사례도 잇따른다.

이런 류의 사업은 길게는 1년 남짓 짧게는 1개월도 채 되기 전에 폐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피해자 발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기존 발행 코인의 상위 버전이라며 에이다, 이오스, 트론 등의 우량 코인을 받고 제작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코인으로 돌려주는 방식도 유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1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수량을 줄여나가다가 적정 시기에 업그레이드 등의 명목으로 접속을 차단하거나 홈페이지 관리에 손을 놓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옴니아는 파산•비트클럽은 지지부진
채굴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시세하락을 이유로 채굴을 잠정 중단했던 옴니아가 상승 기조로 돌아서자마자 파산을 선언해 투자자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뒤늦게 투자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에는 한국의 옴니아 사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조 모 씨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는 등 피해 복구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굴 피라미드의 원조격인 비트클럽네트워크 역시 420만 원짜리 한 계정 당 하루 10원 정도의 수익을 낼 뿐이지만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완전히 잠긴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이 개당 2,000만 원을 호가하던 시절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고스란히 털린 꼴이다.

그나마 비트클럽네트워크의 초기 멤버들이 조직을 재규합한 헥사는 과거의 비트클럽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저조기에 사업을 시작한 까닭에 상승기로 접어드는 요즘 재미를 보고 있으나 이 또한 비트코인이 급상승하게 된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눈 여겨 봐야할 점은 유태인 자본이라며 자랑하던 헥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마이닝시티라는 회사로 분리해 나온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때를 기점으로 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3~4년 사이를 놓고 보면 암호화폐 또는 유사 토큰을 미끼로 설립된 기업이나 프로젝트 중에 지금까지 영업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모든 유사수신 사업에는 중독성이 있고, 그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과대망상에 이르러 기대와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유사수신업계를 주 무대로 살아가는 K씨에 따르면 “V페이 초창기에 짧은 기간 동안 수천만 원에 이르는 이익을 얻었던 J씨는 자신이 수백억 원 대 자산가로 믿고 있다”고 귀띔했다.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로부터 칭찬 아닌 칭찬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급기야 자신조차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피라미드뿐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ICO(특정 프로젝트의 장래성을 보고 미리 해당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나 IEO(백서만 읽고 투자하는 ICO와는 달리 이미 발행한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직상장하는 방식)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 전문가는 “투자라는 것은 위험부담을 안고 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암호화폐 피라미드는 자신을 포함한 개인의 인맥 전체가 붕괴되는 것인 반면 ICO와 IEO는 투자자 자신만 돈을 잃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서초역에서 삼성역에 이르는 테헤란로와 구로디지털 단지, 서울대 입구역에서 신림역 사이의 오피스텔에는 한 사무실에서 서너 개의 암호화폐를 취급할 만큼 수없이 많은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는 “법인조차  설립하지 않고 이름만 달리해 한 조직에서 운영하는 사례도 많아 암호화폐 자체가 폭탄을 안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사법기관에서는 의심 업체 모두를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사 인력도 인력이지만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인지수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사법기관이 개입하기에는 비교적 금액대가 작다는 것도 암호화폐 피라미드가 연쇄적으로 생겨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지방에서 관련 범죄를 수사한 바 있는 한 수사관은 “모든 업체를 조사대상으로 삼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면서 “수사를 하다보면 이런 사람들까지 사법기관이 보호해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업계의 종사자들도 암호화폐나 유사수신 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의 손해를 굳이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터질 걸 알고 투자한다”면서 “월 10% 이자 준다는 게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가상화폐 범죄 피해 2년간 2조 7,000억
법무부 “420여 명 기소…엄정 대응할 것”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최근 2년간 가상화폐 관련 범죄 165건을 적발해 42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7월 21일 밝혔다. 또 가상화폐 투자사기, 유사수신 등 관련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2조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이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철저히 수사•처벌하고 있으나, 범죄수익을 노린 신종 범죄수법이 나타나는 등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법무부장관은 7월 19일 검찰에 가상화폐 관련 사기•유사수신•범죄수익은닉 등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구형을 강화하는 등 범행을 유발하는 유인을 제거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대해 엄정한 대처를 지시했고, 대검찰청 형사부 또한 지난 3월 ‘서민다중피해범죄대응TF’를 출범해 관련 범죄에 대처해왔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경제적 가치가 없는 코인에 대한 고수익 투자를 빙자, 무등록 다단계 방식으로 1,348억 원을 가로챈 금융사기 조직 9개를 적발해 주범 15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코인이 상장되어 상용화될 것처럼 기망해 무등록 다단계 조직을 이용, 4,308억 원을 편취한 사건 운영자를 구속기소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OECD 산하 기구)가 미국에서 제3차 총회를 개최해 가상화폐 국제규제 강화 관련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제적으로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은 무분별한 가상화폐 투기를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 중개와 ICO를 금지하고 있다.


 
김선호, 최민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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