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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거품경제 (2019-08-02)

보통 자본주의에서 투자의 성공은 투자대상(산업, 기업, 부동산 등)에서 고이윤이 산출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거품경제는 투자가 실물생산의 증대와 무관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투기와 같습니다. 기업경영이 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고요하게 흐르는 물위의 거품과 같이 실물생산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소용돌이치는 물결과 같은 투기열풍에 실물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이 휘말리는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사태를 유발시킵니다.

자산거품은 자본 투자에서 발생합니다. 채권이나 기업 회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안정적이지만 낮은 이익을 얻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하지만 주식의 적정 가격은 투자하는 곳의 시장 참가자 중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와 실망이 집단붕괴를 일으키게 되기 마련입니다.

주변에 주식을 하는 지인들이 있습니다. 몇 백만 원에서 천 단위가 훌쩍 넘는 금액을 투자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개인투자자들을 소위 ‘개미’라고 부릅니다. 주식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노름판’이라 일컬어집니다. 이런 노름판에서 개미들은 이미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득은 적게 얻을 수밖에 없는 대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 관련 주식입니다.

개미들이 바이오 기업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언젠가 터질 것 같은 대박의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신약개발’, ‘줄기세포’, ‘바이오시밀러’, ‘유전자치료제’ 등 그들을 유혹하는 단어들이 넘쳐납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만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전에 조금만 공부하고 투자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신약을 개발하고, 불치병 치료제를 쏟아내 자신의 투자를 몇 십 혹은 몇 백배 불려줄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올해 바이오 관련 주식들의 하락 폭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시가총액 상위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무려 69% 추락했으며, 3위 신라젠은 70%, 4위 헬릭스미스는  40%나 추락했습니다.

모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을 대표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각각 26조 1,150억 원과 20조 7,427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제약업계 1위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3조 5,011억 원에 불과합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엄밀히 분류하면 ‘바이오시밀러 전문 제약회사’로 봐야합니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유사한 성분 및 효능을 갖도록 만든 복제의약품을 말합니다. 흔히 제네릭이라 불리기도 하죠.

문제는 바이오시밀러 전문 제약회사가 제약업계 1위 업체 시가총액의 7∼8배에 이르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높은 기대치에 비해 결과물이 신통치 않아도 시가총액이 높은 이유는 ‘거품’이라는 단어를 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암바이러스를 이용한 간암, 고형암 등의 바이오 신약 개발을 다국적 제약사 등과 추진하며 주목을 받은 신라젠은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조 클럽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사실 신라젠은 여러 개의 바이오 신약 개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신라젠의 매출은 77억 원입니다. 문제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590억 원과 562억 원의 손실을 봤다는 겁니다. 손실이 매출의 7배가 넘습니다. 그런데도 시가총액은 3조 원을 가뿐하게 넘었습니다. 회사가 엄청나게 손실을 보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오히려 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라젠이 갖고 있는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의 미래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미래 시장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바이오 관련 시가총액을 상식선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 1조 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이 500억 원이 넘는 유한양행의 시가 총액은 신라젠보다 낮습니다.

500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의 손실을 본 기업의 시가 총액이 500억 원의 이익을 본 기업의 시가 총액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주식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노름판’입니다. 이 거대한 노름판에 ‘바이오 신약’이라는 먹음직스러운 패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아낌없이 판돈을 겁니다. 노름판에 판돈을 거는 건 개인의 자유지요. 하지만 판돈을 걸기 전에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는 있을 겁니다. 바이오 신약은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엄청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바이오 신약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겁니다. 임상 3상까지와서 실패의 쓴맛을 본 바이오 신약이 부지기수 입니다. 

불확실한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입니다. 거품을 걷어 내지 않으면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 이제 보이십니까? 지금 바이오 업체에 잔뜩 껴 있는 거품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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