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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허물어진 경계 (2019-09-06 10:25)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18 건강기능식품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3조 8,000억 원에 달했으며,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정 내 건강기능식품 구매 및 소비 성향분석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1가구당 연평균 건강기능식품 구매액수는 29만 6,000원으로 2015년 26만 6,000원에 비해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구미가 당긴 제약회사들이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정착 초기에 제약회사들은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심을 보인다 해도 매출 순위 하위권에 있던 소형제약사들이 인기 있는 품목만 몇 개 출시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의약품의 선택적 소비가 증가하고,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제품을 출시하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문의약품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제약시장에서 암, 만성질환 등 생존과 직결된 필수 의약품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의약품을 선택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동안 공공재 성격이 강했던 의약품 소비 패턴이 소비재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2012년 이후 제약회사들의 영업이익이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되는데, 그동안 제약업계는 개발된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의료인들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쌍벌제 이후 이런 협상이 사라지면서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발하고 의료인들과 협상을 하면 쉽게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럴 수 없기 때문이죠.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이런 모든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품 개발에 의약품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약국, 드럭스토어 등의 유통망에 인터넷, SNS, 홈쇼핑 등 다양한 판로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건강기능식품에 비해 판매에 많은 규제가 있습니다. 약사법에 의해 약국 외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다릅니다. 과대•허위 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판매망이 의약품에 비해 훨씬 범위가 넓어지죠.

건강기능식품 개발 업체를 낮춰보는 것은 아니지만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제약회사들에게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개발은 난이도가 낮은 편입니다. 고등학생이 중학교 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굳이 신제품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제품의 성분 함량을 낮추거나, 자연물로 재료만 바꾸면 그대로 건강기능식품이 됩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화이자는 자신들의 대표 비타민 의약품인 ‘센트룸’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변경하는 파격을 보여줬습니다. 이전까지는 건강기능식품 원료인 비타민 제제를 오히려 의약품으로 허가받고 싶어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한국화이자가 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변경한 이유는 간명합니다. 유통망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약국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센트룸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시장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센트룸은 신호탄에 불과합니다. 동아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 유명 제약사들도 TV광고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일반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국이라는 제한된 유통망,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임상 재평가 등 의약품이 갖고 있는 족쇄를 풀고 제품이 갖고 있는 인지도를 무기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이 조사한 ‘건강기능식품 유통채널별 시장구조’를 살펴보면 인터넷몰과 대형할인점을 제외하면 직접판매업계는 17.4%의 점유율로 약국(10.9%)을 누르고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제약회사들이 인지도를 앞세워 마케팅을 펼친다면 직접판매업계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강기능식품은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직접판매업계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 경쟁력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건강기능식품 제도 개선에도 업계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제약업체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어느 직능군의 목소리가 높아질지 명약관화 합니다. 직접판매업계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나아갈 방향을 지금이라도 준비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주변인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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