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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앙꼬 없는 찐빵 (2019-10-18)

앙꼬는 일본어로 ‘떡이나 빵의 안에 든 팥’을 의미합니다. 앙꼬 없는 찐빵이란 알맹이가 빠졌다는 의미로 예전에 많이 쓰였습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줄기세포 화장품’ 온라인 광고 점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점검 결과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제품임에도 제품명이나 광고내용에 ‘줄기세포 화장품’으로 표방하는 과대광고가 1,133건이나 적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와 ‘배양액’의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차이가 뭘까 고개를 갸우뚱 거릴만합니다. 업체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서 배양액이 들어있는 제품을 마치 줄기세포가 함유된 것처럼 오인하는 광고를 한 것입니다. 우습게도 줄기세포 화장품에 ‘줄기세포’가 빠져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줄기세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2005년 황우석 교수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논문이 거짓으로 밝혀졌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 재생 불가능 세포의 재생 등 무한한 능력을 갖춘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환상에 기대어 화장품 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마다 ‘줄기세포’, ‘피부재생’, ‘세포성장’ 등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문구들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화장품에는 ‘인체 (줄기)세포•조직’을 함유할 수 없습니다. 화장품의 원료로는 인체 (줄기)세포•조직 등을 제거한 ‘배양액’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줄기세포 화장품’이라고 표방하는 제품이 흘러넘칩니다.

실제로 식약처는 지난 2010년 12월 31일 시중에 줄기세포를 표방하는 많은 화장품으로 인한 소비자 안전과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인체 지방유래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에 대한 고시를 확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식약처도 ‘인체 지방유래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이라는 공식 명칭이 너무 길고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인식시키기 어려워 ‘줄기세포 화장품’으로 칭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며 이를 업체들도 당연시 하게 사용하게 됐으니 어쩌면 식약처가 논란거리를 다시 제공한 셈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런 점을 자세히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화장품 업체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화장품에 ‘의학적 효능•효과’나 ‘의약품으로의 오인’이라는 잣대를 너무 엄격하게 들이댄다는 것입니다. 화장품 대기업들은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따로 임상실험을 거쳐 정확한 근거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신제품 개발 비용 외에 또 다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피부를 개선하거나 좋아지게 한다고 홍보를 하면 의학적 효능이나 의약품 오인이라고 한다”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피부 개선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지 못하면 마케팅을 하기 너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이런 화장품 업계의 고충을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우리나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관련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의약품과 화장품이 다른 법테두리 안에 있는 만큼 업체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줄기세포 본연의 효능•효과와 화장품에 쓰이는 줄기세포 배양액의 효능•효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배양액으로 만든 제품을 뭉뚱그려 너도 나도 줄기세포 화장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분명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줄기세포는 근육과 뼈, 뇌, 피부 등 신체의 어떤 기관으로도 바뀔 수 있는 세포를 말합니다. 세포 재생 효과가 있어 현재 의료계에서는 심근경색과 무릎 연골재생 등의 치료제로 사용합니다. 줄기세포 화장품이라고 홍보를 하면 소비자들은 줄기세포의 세포 재생 효과가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에도 들어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줄기세포 배양액이 줄기세포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줄기세포 배양액을 피부에 바른다고 효과가 있는지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가격이 무척 비쌉니다. 줄기세포 배양액 함유 화장품은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비교해도 약 2~7배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배양액이 함유된 화장품을 ‘줄기세포 화장품’이라고 홍보하고 피부재생, 세포성장 등에 효과가 있다며 판매하는 것은 줄기세포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기만술에 불과합니다.

앙꼬 없는 찐빵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면 손님들은 손가락질을 하고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줄기세포 배양액이 함유된 화장품은 이제 정확하게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이라고 홍보해야 합니다. 줄기세포가 없는 화장품을 자꾸 줄기세포 화장품이라고 홍보하는 우스운 상황이 이제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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