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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쇼닥터

  • (2019-11-08 09:54)

최근 ‘쇼닥터(show doctor)’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쇼닥터는 방송에 출연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추천하는 의료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종합편성채널에서 건강 관련 프로를 경쟁적으로 제작하면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의사, 한의사 등을 섭외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대중에게 인지도를 알리면서 점차 그 영향력이 높아졌습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쇼닥터로 불리지는 않았습니다. 초창기에는 일반인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건강정보 등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반인들의 건강염려증을 자극하며 민간요법,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 등을 무차별적으로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방송에서 인기를 끌게 된 몇 몇 쇼닥터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건강 관련 프로에서 벗어나 홈쇼핑과 결합해 단시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생소한 식물, 오일, 씨앗 등이 이들의 방송을 통해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포장되고 기다렸다는 듯이 제품이 출시돼 홈쇼핑 등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문제는 허무맹랑한 의료 정보가 방송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아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15년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방송(홈쇼핑)에 출연해 의학 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해 제공하는 경우 ‘의료법 66조’ 위반으로 최대 1년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단 3명뿐 입니다. 2016년 1월 MTN에 출연한 의사 배모씨는 고강도 집중형 초음파가 피부 등의 손상 없이 지방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한다고 언급했다가 의사 자격정지 1개월을 받았고, 같은 해 3월 한국경제TV에 출연한 의사 최모씨는 인공췌장기 치료방법을 하면 당뇨병이 완전히 낫게 된다고 말했다가 자격정지 10일을 받는 등 3건이 전부입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쇼닥터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결과,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료인이 방송 또는 홈쇼핑에 나와 잘못된 의료정보제공, 허위과대광고,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홍보하는 등 방송에 출연해 심의제재를 받은 경우는 총 188건에 이릅니다.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방송은 전문편성 채널이 114건, 지상파 23건, 홈쇼핑 19건, 종편보도와 라디오가 각각 16건입니다.

지난 8월 예능프로에 자주 출연해 우리에게 익숙한 L한의원장이 모 방송에서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방송과 관련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습니다. L씨는 과거 2013년 방송된 인기 예능에서 ‘체질에 안 맞는 약재가 몸에 닿으면 팔이 내려간다는 신체접촉테스트’를 해서 비난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한의사협회로부터 회원권 정지 징계 3차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018년 10월, 2019년 5월 두 차례 경고, 주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L씨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건강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Y씨는 본인이 연구 개발한 유산균을 홈쇼핑에서 판매 중입니다. Y씨는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홈쇼핑에 출연해 방심위에서 8번(주의 5건, 권고 2건, 경고 1건)의 심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의료인의 홈쇼핑 출연 심의제재는 총 19건인데 그 중 8건이 Y씨입니다. 그러나 이 두 ‘쇼닥터’는 여전히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의사면허 역시 계속 유지 중입니다.

의료인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복지부는 방송에 출연해 잘못된 건강•의료 상식을 제공하는 ‘쇼닥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0월 19일 복지부는 방통위에 “쇼닥터로 방송매체 등을 제재조치 하는 경우, 복지부에 통보하여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통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통위가 모니터링 과정에서 ‘쇼닥터’를 적발해도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거나 심의제재 사실을 통보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쇼닥터들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인들은 의료인들이 방송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의료계에서도 쇼닥터들의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모 의료인은 “선배님들 제발 방송에 출연해서 전문의라는 타이틀 대신 방송인, 예능인이라 소개 하세요. 진짜 전문의들은 매일 매일 치열하게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등이 영역을 확대하려 하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곳이 바로 의료계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의학적 오인’을 할 수 있다며 비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한 발짝이라도 내딛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의학적 정보를 의료인들이 전파하고 있습니다. 의료계가 앞장서서 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 계속 방관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면,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며, 밥 그릇 지키기일 뿐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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