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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합리적 소비

  • (2019-12-13 10:16)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경제 사회의 구성원은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누가 ‘갑’이 되고 누가 ‘을’이 되느냐는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라 바뀝니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소비자가 ‘갑’이 되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생산자가 ‘갑’이 됩니다. 

현재 우리는 생산성이 폭발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소비자들은 ‘갑’일까요? 실제로는 오히려 ‘을’에 가깝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전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최대의 이득을 얻게끔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생산의 과다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갑’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최근 이런 현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갑’의 역할을 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합리적 소비의 시작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만족감까지 더하는 ‘가심비’가 더해 졌습니다. 가성비가 저렴한 가격을 우선한다면, 가심비는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의 만족감이 올라간다면 기꺼이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는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우선 순위로 두지만,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가격적 부담도 감수 하겠다는 것입니다. 

‘가성비’와 ‘가심비’는 소비자가 무조건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제품을 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예전에는 비싼 게 좋고 만족감도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성비와 가심비도 맥락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척 복잡하고 합리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가 변화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합리적 소비의 핵심은 목적이 분명한 소비입니다. 

결국 가성비와 가심비는 합리적 소비를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역사 이래 어느 시대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 생산자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으며, 소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소비를 하기 위해 더 빨리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한된 생산자들이 제한된 품목을 생산했기 때문에 가성비나 가심비를 따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물건을 쇼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직구를 통해 해외 제품도 며칠 만에 받아 볼 수 있고, 동일한 물건의 전 세계 최고가와 최저가를 즉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통신 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노력으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습니다. 

2020년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업계의 화두는 ‘소분’과 ‘혼합’이 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을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의 소분, 혼합 판매를 허용한 것은 관련 시장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자의 합리적이고 선택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소분, 혼합 판매의 허용은 소비자들이 이제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가성비를 따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을 구입할 때 선택권이 제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분, 혼합 판매 활성화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해줄 것입니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은 건강과 미용이라는 측면에서 경기 불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판매되는 상품들입니다. 다만 최고보다 최선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가성비와 가심비에 더 집중합니다. 합리적 소비의 특징 중 하나는 완벽한 품질이나 최고의 수준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 즉 ‘적정’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소분과 혼합은 어쩌면 소비자에게 최고의 합리적 소비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업계는 해외직구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해도 스마트폰과 개인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지금의 소비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 나온 제품을 꼼꼼히 따지고 낱낱이 해부해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분, 혼합 판매는 국내 생산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분, 혼합을 시작하려면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시간적, 경제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만족시켜줄 수 있는 소분, 혼합을 도외시하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입니다. 당장은 패키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기업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당장 이득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힘들다는 핑계로 지금의 판매형태를 유지한다면 합리적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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