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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탁상행정

  • (2020-01-17 09:40)

올해부터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일반식품에도 기능성 표시가 가능해집니다. 식약처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경우 일반 식품에도 건강기능식품처럼 기능성 표시를 허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 허용은 식품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그동안 식품업계는 건강기능식품법 제정 이후, 제품의 기능성을 표시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농축산부와 식약처가 합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정부와 전문가, 관련 업계, 소비자단체 등 관계자 24인으로 구성된 민관 TF에서 12차례 논의를 거쳐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31일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기 위한 고시안을 마련, 행정예고 했습니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업체들은 이번 고시안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초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을 때는 농수축산물과 임산물을 원료로 한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기능성 원료로만 한정됐고 홍삼, 인삼 등 기능성이 검증된 30종 이외의 원료는 식약처 검증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이는 결국 건강기능식품에 적용하는 것으로 효능을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만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기능성 표시제도가 운영되면 관리에 장점은 있지만,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TF논의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식약처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식약처는 세계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인증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소비자들이 효과를 얻고 부작용 없는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기조는 이해하지만,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처럼 원칙적으로 전면 허용하되 예외만 금지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먹거리 안전을 위해 식약처가 꼼꼼하고 세밀하게 법적 테두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외국과 다른 사회적, 제도적 이유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항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 허용을 추진한 것은 정부입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 차세대 산업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주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식품업체들은 규제 완화가 맞는지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품업체들을 가장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은 제품 주표시면에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가장 큰 글씨로 제품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보장 및 피해 예방을 위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기껏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게 해준다더니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대문짝만하게 표시하라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소비자들도 제품을 보면서 이게 무슨 의미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런 문구가 들어가게 된 이유는 소비자단체들이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이 표시된 일반식품을 오인·혼동할 수 있다는 의견을 줄기차게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비자들이 오인·혼동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번에 시행되는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는 사실 일본의 기능성표시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건강기능식품이 없어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건강기능식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 제품과 명확한 구분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문제는 식약처에서 좀 더 식품업체들을 배려한 문구를 사용할 수 없었냐는 점입니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 대신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일반식품 입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속담에 “같은말 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부정적 의미로 다가오는 문구보다 조금 더 긍정적 의미로 다가오는 문구를 사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 식품, 의약품에 대한 모든 것을 관리하며,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관입니다. 식약처 홈페이지에는 ‘안전선도’, ‘최적지원’, ‘소통협력’이라는 목표가 명시돼 있습니다. 이 중 ‘소통협력’은 아마도 산업계와의 소통과 협력을 의미하는 것일 겁니다. 규제개선은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개선했는데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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