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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인간의 본성 (2020-02-14 08:57)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성격은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본능이 이성을 압도하면서 평소에 생각지 않았던 비윤리적 행동에 걸리는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질병의 공습은 항상 인간 내면의 잠재된 공포를 일깨웠습니다.

정체가 불분명한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폐쇄적이 되고, 배타적이 되며, 불특정 다수에 대해 공격적 변하는 인간의 본성은 과거나 현재나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염병에 대한 원시적인 두려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대표적인 작가인 보카치오(1313-1375)는 대표작 ‘데카메론’을 통해 흑사병으로 인해 공포에 빠진 중세시대 사람들의 본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이전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전염병이 발생하면 이를 ‘신의 분노’로 받아들였습니다. 흑사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은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스스로의 몸에 채찍질을 하며 여러 지역을 떠도는 고행의 유랑을 떠났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고행의 유랑은 흑사병을 유럽 각 지역으로 퍼지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자신을 혹사시키며 신의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전혀 효과가 없자 사람들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공포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나병환자, 동성애자, 유대인 등 소수자를 탄압하기 시작하죠. 전염병의 원인과 공포를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입니다. 일명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기독교 중심 사회였던 중세 유럽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했습니다. 유대인들이 흑사병을 유행시켰고, 마을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습니다. 유대인학살이 최고조에 달했던 1348~1349년 사이에 많은 유대인들은 중서부 유럽에서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으로 살기 위한 고난의 이주를 시작합니다.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된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처음 발병해 감염자 5억 명에 사망자가 최소 2,5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때 ‘스페인 독감’의 최초 발생지인 미국에선 독일인, 동유럽 이민자, 흑인 등 소수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소문이 퍼졌고 이들은 억울한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코로나19가 발병하자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도 낯선 전염병의 공포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충북 진천에 우한(武漢) 교민을 수용키로 했을 때 주민들이 보인 행동은 분명 이성적이지 않았습니다.

낯선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우리 지역은 안된다는 이기주의,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정치적 음모론이 섞인 가짜뉴스가 주민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야기시켰습니다. 물론 진천 주민들의 반발도 이해는 합니다. 지역선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미숙함이 사태악화에 더욱 불을 지핀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12일 세 번째로 국내에 입국한 우한 교민들이 경기 이천시에 자리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에 입소했습니다. 이들은 오는 25일까지 이곳에서 격리 생활을 하면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받게 됩니다. 인근 주민들은 별다른 반발 기류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우리는 조류독감, 사스, 메르스 등 신종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바이러스도 진화를 거듭해 인류를 위협하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과학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신종바이러스의 공격에 좀 더 이성적, 합리적, 객관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00만 명당 0.54명에 불과합니다. 일반적으로 겨울에 유행하는 독감에 비해서도 현저히 적은 숫자입니다. 그렇다고 안심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에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한 공포에 ‘남 탓’만 한다면 우리는 신종바이러스에게 당하는 피해보다 더 큰 상처가 남을지 모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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