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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투자 강요· 회원은 ‘먹튀’

방판법 위반에는 일치단결… 왜들 이러나?

창간특집기획 ①다단계판매의 부끄러운 민낯

  • (2020-02-21 09:59)

이종격투기처럼 무질서했던 다단계산업이 제도권 안에 들어선 지 20년 만에 5조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 등을 통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그런데도 이미지 쇄신을 위한 업계의 각종 마케팅 전략이 제자리 상태라는 게 판매원들과 업체 관계자들의 평가다. 여전히 다단계판매에는 부끄러운 민낯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판매업인가, 투자업인가
A사는 지난해 발생한 ‘반품사건’으로 최근까지도 일부 판매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복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일부 리더들은 지난해 사업설명회를 통해 ‘한줄 마케팅’을 내세워 판매원들을 모집해왔다. 하위 판매원을 따로 추천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거나 연금처럼 꼬박꼬박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회에 처음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은 보상플랜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나,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의 스폰서이자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지인을 믿고 투자개념으로 거액의 돈을 선뜻 내놓았다.

이들은 이른바 ‘원코드’ 1,4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내면 일정 직급을 갖출 수 있고, 여러 코드를 투자하면 더 빠른 시일 내에 매월 연금식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워낙에 큰돈이었기 때문에 돈만 먼저 내고 제품은 회사에서 그때그때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판매원들이 반품을 시도하면서부터다. 판매원들은 사업설명회에서 들었던 것과 달리 수천만 원을 투자했으나 6개월간 받은 수당은 고작 수십만 원에 불과하자 반품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관행처럼 구매계약서 작성이나 결제를 스폰서가 대신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판매원 A씨의 경우 1,400만 원의 매출이 다른 판매원에게 잡혀있고, 알 수 없는 판매원의 매출 1,400만 원이 자신에게 잡혀있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A씨는 “1,400만 원이 당연히 내 매출로 알고 있었다”며 “이로 인해 회사와 원만한 반품이 이뤄지지 않아 수개월 간 실랑이가 오갔다”고 토로했다.

반면 회사 측 대표는 카드 명의가 다른 사람으로 돼 있어 반품을 하더라도 A씨에 대한 반품이 이뤄지지 않고, 수당반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판매원과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상위 스폰서는 해당 판매원의 바로 위 스폰서에게 책임을, 또 이 스폰서는 상위 스폰서에게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이 추천한 판매원이 반품할 경우 그 금액을 추천인이 물어내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들 중에는 투자금액 대부분을 대출 받아 사업을 진행하거나 심지어 집을 팔아서 사업에 뛰어든 판매원도 있다. 한 판매원은 가족의 장례를 치르는 중에도 자신이 추천한 하위판매원의 반품금액을 토해내라는 스폰서의 압박을 받기도 했다.


◇ 리더들의 횡포로 경영난 겪는 업체들
일부 리더나 임직원들의 횡포에 회사가 위태로워지는 사례도 있다. 한 다단계업체에서 활동하던 모 조직은 수당 미지급, 공제번호 미발급 등의 문제로 수천 명에 달하는 판매원조직이 손해를 입고 해당 회사에서 나와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B사는 해당 조직을 흡수해 사업을 도모하려 했다. 이들은 2개월여 만에 수십억의 매출을 올리는 등 반짝 활약을 보였으나, 반품기한 3개월을 넘기기 전 모든 제품을 반품하고, 수당은 반환하지 않은 채 다른 업체로 조직을 이동했다.

이로 인해 B사는 공제조합에 내는 담보금, 제조사에 내야 할 납품대금 문제로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현금으로 수당을 우회지급하고 있다는 글로벌업체 C사는 지난해 일부 판매원들과 내홍을 겪다 조직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 회사에서 최근 탈퇴한 한 판매원은 “미국에서 들어오는 우회지급 수당이 한국 그룹장에게 전달된다”며 “그룹장들은 현금으로 자신의 파트너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서명까지 받는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정상적인 수당이 아닌 데다, 스폰서들이 현금으로 지급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수당이 누락되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그룹장의 착복 의혹을 제기한 C사의 전 판매원은 “그룹장한테 돈을 받아야 하니까 공산당처럼 그룹장한테 충성을 다해야 한다”며 “이 회사의 보상플랜은 한국과 맞지 않다. 우회지급이 없으면 안 되는 구조인데도 회사는 모른 체한다”고 지적했다.

D사의 판매원들은 지난해 스폰서들의 잦은 레그 이동으로 갈등을 겪고 회사를 떠났다. 이 회사의 전 판매원은 “스폰서가 내 하위판매원들에게 접근해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면서 직추천한 하위조직원들을 자신의 레그로 달았다”며 “비일비재한 일이었고 모 임원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 판매원 역시 200명 이상의 조직이 옮겨지는 일이 벌어지자 회사와 갈등을 빚다 결국 다른 회사로 이적했다.

회사가 최상위사업자를 모함해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모 업체의 지사장에 따르면 바이너리의 경우 최상위사업자가 받는 수당은 후원수당 지급률 35% 중 3∼4%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업자의 바로 밑 리더들을 회유해 타사에 사업설명회를 들었다든지, 과대광고를 했다든지의 제보를 받고 이를 근거로 해당 사업자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신규 업체에 리더들이 접근해 일정 매출을 달성하겠다며 돈을 요구한 후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E사의 대표는 회사 오픈 당시 접근한 모 리더에게 사비 1억 원을 건네줬지만, 회사에 나타나지 않다가 최근에는 코인에 빠졌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법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법으로 제재할 수 없더라도 회사 내규나 윤리강령 등을 통해 이 같은 일을 방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정위나 소비자피해보상단체인 공제조합의 감시망 역시 촘촘해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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