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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판매 금지’…“과잉 규제”vs“가격 유지” (2020-07-03 08:48)

공정위 “다단계업체, 인터넷 판매 막는 것 위법 아냐”

일부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들에게 온라인에서 제품을 팔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업체 측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경우 공식 판매가 미만의 가격에 판매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사재기와 덤핑이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판매원들은 사재기는 오히려 업체의 욕심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 온라인 판매 시 청약철회 기간 등 법률 충돌
현재 오픈마켓, 중고쇼핑몰 등에는 업계 제품이 10∼2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업체에서 인터넷판매를 금지하지 않고 있거나, 제품을 파는 사람이 판매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해외직구 제품이 오픈마켓에 풀리기도 한다.

판매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 수첩이나 제품 등에 ‘온라인 판매 금지’라는 문구를 적거나 회사가 이 행위를 적발해 자격 박탈 등 벌칙을 주더라도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허벌라이프는 지난 2014년 판매원들에게 개별 온라인쇼핑몰 운영을 금지하고 통합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도록 해 ‘구속조건부 거래행위’ 혐의로 공정위 심결에 부쳐졌으나 ‘무혐의’ 결론이 났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구속조건부 거래행위란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하면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공정위 산하 서울사무소 경쟁과는 “한국허벌라이프 제품의 관련 시장은 경쟁이 활성화돼 있어 해당 제품 대체가 가능하고,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아 경쟁 제한 효과가 작다”며 “방문판매법에서 다단계판매업자에게 판매원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부과하면서 양벌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개별 온라인 판매를 통제한 것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단계판매원이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계약서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온라인 판매의 경우 사실상 해당 의무를 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기고, 방문판매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기간은 14일, 전자상거래는 7일이므로 법률 간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공정위는 한 지붕 두 가족?
이와 달리 공정위 시장감시국 제조업감시과는 지난해 7월 5일 정동화장품과 CVL코스메틱스코리아가 화장품을 수입해 총판과 소매점에 공급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판 등에게 수입 화장품을 공급하면서 온라인 영업을 금지하는 거래 약정서를 체결하고 공문‧교육을 통해 수시로 온라인 판매 금지 사실과 위반 시 패널티를 공지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제조업감시과는 “총판 등의 거래 상대방 선택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구속조건부 거래로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비슷한 사안이지만 다른 제재가 내려진 데 대해 공정위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판매원들을 사업자로 보지만 총판과 같은 사업자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업체에 대해 판매원의 거짓‧과장 사실을 알리는 등의 금지행위를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 규정 고지의무 등을 통해 판매원에 대한 관리 및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 청약철회 기간과 같이 법률 간 충돌이 발생하는 점 등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이 소비자‧판매원 보호 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자들의 정당한 권리까지 침범할 수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판매를 원천적으로 막아 우회적으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팔리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행위로 규정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하면서 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에 대해 거래가격을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 또는 제공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규약 기타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정해 강제하는 것은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로 규제할 수 있고,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에게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구속조건부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온라인 판매 금지해도 소용 없다”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업체 중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판매한 판매원을 적발해 계정을 해지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가 자격정지‧박탈 등의 벌칙을 부과하더라도 ‘온라인 판매’가 사라지지 않아 이렇다 할 제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외국계 기업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는 있지만, 제재한다고 해서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게 아니어서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진 않다”며 “다른 사람 명의로 팔면 추적도 불가능하고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외국계 기업의 지사장은 “해외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오픈마켓에 회사 제품이 중구난방 팔리고 있고, 판매원들 사이에서 ‘왜 우리는 안 되고, 해외직구 제품은 되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해외직구 제품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제품의 이름과 디자인을 바꿨고, 작년보다는 클레임이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이들과 달리 한 판매원은 “이미 오픈마켓에서 버젓이 제품이 팔리고 있는데도 판매원들에게만 팔지 말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삼성이나 다이슨 제품이 오픈마켓에 팔려도 아무 문제 없지 않느냐”며 “다단계가 전형적인 대면사업이긴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누굴 만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막을 것이라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판매원은 “온라인 마켓에 대량의 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이유는 직급 보너스와 사행성 프로모션 때문”이라며 “업체의 보상플랜이 하부 파트너에 의해 상위 직급자들의 직급이 유지되는 게 대부분이고 묶음판매로 온라인에 제품이 팔리는 것인데, 이런 정책을 운용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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