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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그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다 (2020-07-24)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나 말 따위가 당사자에게는 극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80년대를 보냈다면 ‘우지파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사건은 1989년 검찰청에 익명의 투서가 날아들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 투서에는 삼양식품이 면을 튀길 때 공업용 소 기름을 사용한다는 의혹이 담겨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의혹이었지만 삼양식품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루머’로 드러났죠. 결국, 라면 시장의 60∼70% 차지했던 삼양식품의 점유율은 곤두박질쳤고,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속담은 최근 업계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단계업을 폐지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게시자의 아버지는 인천 남동구의 한 가정집에서 건강기능식품 설명회를 듣다 현장에 있던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단계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며 “윗사람만 수익을 창출하고 밑 사원들로 돌려막는 다단계업체를 폐업시켜달라”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굳이 바로잡자면 청원 내용에 나온 업체는 다단계가 아니라 방문판매업체로 알려졌습니다. 어쨌든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여러 언론들이 해당 내용을 퍼다 나르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방문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방문판매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문판매업 우리가 죄인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2년 넘게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판매원)들인데, 싸잡아서 떴다방으로 불리는 것도 억울하고 나라와 시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해결 방법도 없이 나 몰라라 한다”며 “휴업한 지 6개월째인데 월세와 급여 등으로 수천만 원씩 손해를 봐가며 간간이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수욕장, 술집, 밥집, 백화점, 아울렛은 괜찮고 왜 방문판매만 안 되는 거냐”며 “살기 싫어질 정도로 힘들다. 다 같이 살 해결방안을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업체 대표는 한 달에 임대료 1,300만 원, 관리비 500만 원, 직원 급여에 1,500만 원이 드는데,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누적 적자만 3억 원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해당 방문판매업체는 시에서 우수방역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떴다방이라는 누명으로 어쩔 수 없이 휴업상태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한 건 해당 청원은 7월 21일 현재 569명이 청원에 동의한 ‘다단계업체를 폐지해달라’는 게시물과 같은 날 올라왔고, 청원 동의 인원도 1,802명으로 3배 이상 많지만, 어떤 언론에서도 이 내용을 기사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7월 8일에도 또 다른 방문판매업체 대표가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장까지 떴다방 취급을 받아 영업이 중지됐다는 하소연도 침묵 속에 묻혔습니다.

문득 2년 전 다단계판매업체 세미나에서 호호 할머니 판매원과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그분은 2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파주에서 전철로 서울까지 왔다고 했고, 매일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센터로 출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분은 적적한 나이에 많은 사람들과 활기찬 대화를 할 수 있고, 푸릇했던 옛 소녀 시절처럼 까르륵 웃을 수 있는 이 일이 너무 좋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변변치 않은 수입이지만, 이따금 놀러 오는 손자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도 하셨죠.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10대 시절의 대부분을 미싱공장에서 보냈다던 또 다른 판매원은 이 일을 하면서 일도 하고 여행도 떠나면서 하루하루가 모꼬지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학교에 다니진 못했지만, 학창시절을 보냈더라면 지금처럼 즐거웠을 것 같다며 없는 추억을 더듬기도 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집합금지 명령에 생계도 막막해졌습니다.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는 범죄자 집단이 아닙니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보통사람’들이 유일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활로가 돼주기도 했습니다.

국민청원의 이야기처럼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에서는 윗사람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노력한 사람이 리더가 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사업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원이 새벽 어스름을 헤치고 출근길을 나서, 달빛이 비춰주는 귀갓길을 걸으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한 이야기와 행동이 당사자에겐 비수를 꽂는 행동이라는 것을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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