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잔머리 대마왕의 꼼수

(2020-07-31 09:45)

우리나라 방문판매법에는 다단계판매업의 후원수당이 35%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과 사업자들은 너무 오랜 기간 35%로 제한되어 있다며, 법 개정을 수차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방문판매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후원수당률은 늘 제외됐습니다.

다른 많은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후원수당률은 수당 우회지급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후발주자로 한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다단계판매기업 중 일부는 사업자를 모집하기 위해 앞에서는 법에 정한 35%를 내세우면서 뒤로는 우회지급을 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해외에 있는 본사나 글로벌 리더의 개인 법인을 통해서 말이죠. 이들 외국계 기업의 후원수당 우회지급은 국내 기업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일부 국내 기업은 해외에 물류 법인 또는 지사를 설립한 후 해외 법인을 통해 사업자에게 수당을 우회 지급했습니다.

이런 일부 기업들의 우회지급은 엄연한 불법이기에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수당을 더 주고 싶어도 법 준수를 우선하는 업체들과의 공정 경쟁 질서를 흐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방법으로 후원수당을 더 지급하고 지급률 또한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모 국내 기업에 대한 제보가 있었습니다. 제보를 듣고 바로 떠올랐던 단어는 ‘잔머리 대마왕’과 ‘꼼수’ 였습니다.

후원수당률은 연간 35%를 초과하지 않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1∼3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3개월 평균 수당률이 50%여도 이후 9개월간 수당 지급률 조정을 통해 35%를 초과하지 않으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또, 기업이 너무 과도한 수당을 지급해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양 조합이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주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결국 초과하기도 합니다. 매년 7월 공정위에서 발표하는 다단계판매 사업자 정보공개를 통해 종종 확인되는 업체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 입니다.

제보를 듣고 제가 떠올린 잔머리 대마왕은 과연 어떤 꼼수를 부려 수당을 더 지급하면서 수당률을 안정적(?)으로 조절했을까요? 지금부터 그들의 꼼수를 알려드립니다.

잔머리 대마왕은 해외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외 지사는 본사에 제품 발주를 넣고 현지에서 판매될 제품을 요청합니다. 보통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에 대한 소득은 조합에 신고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공정위의 사업자 정보공개에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잔머리 대마왕은 이러한 점을 이용합니다. 본사와 해외 지사 사이에 국내 사업자를 끼워 넣습니다. 먼저 잔머리 대마왕은 일부 리더 사업자를 선별하고 그들에게 뒤로 돈을 줍니다. 그 돈으로 사업자는 본사에 매출을 칩니다. 단, 회사가 대준 돈으로 구매한 제품에 대한 수당은 사업자 본인 돈으로 구매한 것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하는 것으로 사업자와 사전에 합의합니다. 해당 매출은 당연히 조합에 신고가 되겠죠? 그리고 사업자는 본인이 구매한 제품을 해외 지사로 보내기 위해 본사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리고 잔머리 대마왕은 해당 제품을 포워딩 업체를 통해 해외 지사로 보냅니다. 해외 지사는 현지에서 판매할 제품이 당연히 필요하고, 사업자는 내 돈 들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본사는 조합에 당당히(?) 매출 신고를 통해 지급되는 수당보다 매출 파이를 늘려 수당지급률을 낮출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또, 해외로 보내진 해당 제품은 반품도 없어 반품률 또한 낮출 수 있습니다.

잔머리 대마왕도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게 프로모션을 통해 사업자에게 많은 수당을 풀어줬을 겁니다. 그리고 35%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해외 지사로 보낼 제품에 대해 사업자를 이용했을 겁니다. 서류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과연 이러한 방법이 바람직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보자는 잔머리 대마왕의 사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내 기업이고 해외 지사를 갖고 있다고만 했습니다. 과연 잔머리 대마왕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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