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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생존 기로에 선 사람들

  • (2020-09-24 09:26)

다단계판매업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 벌써 100일이 넘었습니다. 서울시는 6월 8일 11시를 기점으로 다단계‧방문‧후원방문판매 분야의 시설에 무기한 집합금지 명령을 발령했습니다. 지난 3월 서울시와 경기도가 여러 명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업계에 요청한 것을 포함하면, 사실상 반년 이상 사업이 마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들에게 마치 직접판매업계가 감염병의 뇌관인 것처럼 알리는 바람에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고, 판매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공무원들과 다른 기업처럼 똑같이 생계유지를 위해 출근하고, 미팅하는 것인데, 왜 우리에 대해서만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직접판매업계뿐만 아니라 길어지는 집합금지 명령으로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 PC방과 노래방 등이 속출하면서 중고시장에는 이들이 내놓은 컴퓨터와 노래방기기가 쌓여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4차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새희망자금’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셉니다. 정부는 일반 국민 정서, 정책과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 기존의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제외 대상업종’ 기준을 준용해 지원제외 업종을 정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유흥주점은 지원이 안 되고, 단란주점은 되고, 법인택시는 안 되고, 개인택시는 된다는 기준을 내놨고, 업종 간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라면, 허기 진이에게 음식을 팔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파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들 모두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며 생계를 유지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그런데 업종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영업할 수 있고, 누구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기도 하죠.

정치라는 것은 분배입니다. 어떻게 거둬서 어떻게 나눠주느냐의 문제이죠. 세금은 세금대로 많이 거둬가 놓고 정부의 지원은 받지 못하니, 당연히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방역 대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30일 시행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정부는 음식점들의 정상적인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 제한한 바 있습니다. 이 정책 시행 후 오후 9시가 되자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편의점, 길거리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는 포장과 배달만 허용하는 바람에 배달량이 늘어 배달 수수료도 급증하는 일도 벌어졌죠. 바이러스가 오후 9시부터 활동하거나 더 심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헬스 트레이너가 오후 6시 이후 금식을 하라고 해서 5시 59분까지 폭식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됐던 조치였습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이토록 국내에서 확산하게 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국내의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다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었습니다. 이후 약 한 달 동안 중국 우한에서 들어온 입국자와 이들의 접촉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발병 초 의료계 전문가들은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을 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고, 뒤늦게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 하나만 입국제한을 했습니다.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코로나19사태가 확산하기 시작한 것이고, 현재 코로나19 확산의 뿌리도 모두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반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 대만은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전 세계에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대만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수준이기는 해도 9월 22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509명입니다. 우리나라는 9월 22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2만 3,216명이죠.

정부가 초기 대응 실패의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방패막이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집합금지 명령의 기간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6월 발생한 서울 관악구 ‘리치웨이’ 확진자 발생 사건이 업계의 집합금지 명령이 장기화하는 기폭제가 되기는 했어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 젊은 사람들이야 그나마 회사에라도 출근하면서 적적함을 달랠 수 있어도 어르신들은 경로당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 등 소통창구의 문이 모조리 닫혔으니 직접판매홍보관이나 공원을 전전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부가 홀로 외로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었더라면, 불법 무등록 업체에 대한 단속을 꾸준하게 해왔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문제죠.

이제 곧 추석입니다. 정부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기업들이 인내하고 있는 고통의 시간을 끊어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출근일수를 줄이면서 월급을 줄이지 않듯이 이들에게도 먹고 살길을 막는 정책이 아닌 마스크 쓰기, 주기적인 소독 등 방역에 중점을 둔 조치를 해야 합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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