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방판’ 무더기로 적발된 이유는?

공정위, “까다로운 등록요건 때문… 상시점검 하겠다”

(2020-11-13 09:23)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와 관계부처, 지자체 등이 불법 방문판매 점검을 통해 적발한 업체 대부분이 방문판매로 신고한 후 다단계판매(무등록)로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문판매보다 다단계판매가 더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특성이 있지만, 등록요건이 방문판매(신고)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대대적인 점검의 영향으로 직접판매공제조합(이사장 오정희, 이하 직판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사장 유재운, 이하 특판조합)에 접수된 불법 피라미드 업체의 신고.수사의뢰 건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 조합에 따르면 올해 불법 피라미드 업체 신고 건수는 11월 10일 기준 38건(직판조합 16건, 특판조합 22건)이며, 이 중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총 12건(직판조합 5건, 특판조합 7건)이다. 이는 지난해 양 조합에 접수된 신고(58건)‧수사의뢰(32건) 건수보다 각각 34.5%, 62.5% 줄어든 것이다.

신고‧수사의뢰가 준 데 대해 양 조합 관계자는 “불법이든, 합법업체든 전반적으로 영업을 못하고, 코로나19 방역점검을 무등록 업체 등에 집중한 것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불법업체가 감소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활동을 자제하면서 신고 건수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19일부터 31일까지 지자체와 경찰 등과 합동점검을 통해 불법 피라미드 업체 3곳을 고발했고, 9월 1일부터는 ‘불법 방문판매 긴급 점검반’을 가동한 바 있다. 이후 9월에 5일간 벌인 합동점검에서 불법 피라미드업체 3곳을 추가 적발했는데, 이들 6개 업체 모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뒤 무등록 다단계판매 형태로 영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단계‧방문판매업체 등이 밀집한 서울시.경기도에서 적발된 업체들의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 11월 4일 무등록 다단계판매 형태로 영업활동을 한 업체 5곳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방문판매 신고, 1개 업체는 후원방문판매 등록 후 다단계조직을 이용해 불법 영업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에서도 지난 5월 19일 무등록 다단계판매업체 3곳이 특별사법경찰단의 수사에 덜미를 잡혔고, 2곳은 방문판매 신고, 1곳은 후원방문판매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다단계판매는 사람을 모으기가 쉽고 확장성이 있는데, 확장성이라는 것은 사업이 잘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자본금,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 법에서 정한 등록요건이 까다로워서 역량이 부족하거나 돈이 들어가니까 방문판매로 신고하고 다단계 형태로 수익을 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합동점검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불법업체를 찾아내고, 상시점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판매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안 지키는 업체들은 빠르게 적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불법 피라미드 업체에 대한 신고는 공정위(1670-0007), 특판조합(02-2058-0831), 직판조합(080-860-1202), 안전신문고(어플), 국민신문고(홈페이지 민원) 중 자유롭게 선택해 할 수 있다.

직판조합과 특판조합은 불법 피라미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법업체 근절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자 불법 피라미드 신고포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월 20일부터는 불법 피라미드 신고포상금을 한시적으로 상향(최대 200만 원 → 500만 원) 시행 중이다.

그동안 양 공제조합의 불법 피라미드 신고포상제를 통해 2019년까지 접수된 불법 피라미드 신고‧수사의뢰 건수는 869건‧307건이며, 지급된 포상금은 1억 7,78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