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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다단계판매란?

  • (2020-11-13 09:37)

서울시가 지난 11월 7일부로 다단계‧후원방문‧방문판매업체 등에 내렸던 집합금지 조치를 완화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며, 전국적인 행정제재 완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년 가까이 고난에 빠져있던 업계를 지켜보면서, 다단계판매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단계판매라는 말은 1992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법적 용어가 됐고, 1994년 건전한 다단계판매의 허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나오면서 제도권에 들어섰습니다. 현재는 판매원이 하위 판매원을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모집방식이 있고, 가입이 3단계 이상으로 이뤄진 판매조직이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되고 있습니다.

법 제정 이전인 1970년대에는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이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판매방식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처음부터 다단계판매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회원의 조직도가 삼각형을 이루는 피라미드 모양처럼 보여서 ‘피라미드 판매’라거나 줄줄이 연결되는 판매라 하여 ‘연쇄판매’라는 명칭을 썼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다단계판매의 시작을 1990년대 초반 암웨이의 등장으로 논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재팬라이프를 통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1988년에 국내에 들어온 이 기업은 30만 원짜리 자석요를 강남 부유층을 대상으로 200만 원의 고가에 판매하고, 감금, 대출, 강매, 합숙 등으로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회사입니다. 현재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한 원인 중 한 가지로 볼 수 있죠.

당시 여러 기업이 다단계판매나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지만, 이를 다룰만한 마땅한 법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다단계판매로 인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다단계판매를 제도권에 편입했고, 점차 대형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30여 년 전에 제정됐던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법률은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엄격히 규제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약 30년이 지난 2020년까지도 그때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다단계판매에 유독 이중삼중의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산업이 갖는 사행성 때문이라고 부연합니다.

국어사전에 사행성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성질’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돈이나 행운 등을 얻으려 하는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단계판매가 사행성이라면, 아무런 노동의 대가 없이 하루에 30%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증권시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게다가 불로소득인 증권시장과 달리 다단계판매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을 만나야 하고, 제품을 소개하고 그것을 팔기 위해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한 판매원의 사례를 들자면, 자비로 전단지를 제작해 1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수십 곳을 돌아다녔지만, 되돌아오는 연락은 많아야 3∼4통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발생한 이익이 우연한 것이고, 난데없는 행운일까요?

다단계판매의 역사가 시작된 수십 년 전 그날 서울에는 판자촌이 즐비했고,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강남은 논밭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고,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히게 됐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의 모습도, 법률도, 질서도 크게 변화해 왔습니다. 그런데 다단계판매산업만큼이나 투명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한 공제조합이라는 안전장치를 갖춘 업종은 왜 수십 년 동안 변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다단계판매업체는 상품의 품질, 성능, 가격뿐만 아니라 법 위반 여부, 매출, 후원수당 지급액, 반품정보, 주소.상호 변경사항 등 일반적인 유통업체와 달리 수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각종 단체, 언론으로부터 항상 감시와 견제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죠.

다단계판매는 자기가 스스로 상품을 사용해보고, 주변의 사람에게 권유하며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다단계판매업체의 상품은 백화점, 홈쇼핑, 오픈마켓 등과 같은 유통채널과 비교했을 때 제품력이나 가격 측면에서도 충분히 판매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제품의 성분을 들여다보고, 합리적인 가격인지 꼼꼼히 따져본 후 제품 구매를 결정합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와 여러 시각에서의 감시로 인해 이제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부실 업체가 있다면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당하고 있고,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여러 회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단계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닐까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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