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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주 52시간 근무제’로 생산성 타격

납품받는 다단계업체 등 유통사에도 영향 있을 듯

  • (2020-11-26 17:35)

내년 1월 1일부터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중소 제조업체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근무시간까지 줄어들면 고객사가 요청한 납기를 맞추기 힘들고, 초과 근로수당의 비중이 큰 근로자들도 임금 삭감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는 다단계판매업체들도 공급 및 제품 개발기간 지연, 제품원가 상승 등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올해로 계도기간 끝…위반시 2년 이하 징역 등 처벌
지난 2018년 2월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된 바 있다.

이 밖에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21년 7월 1일부터 법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50∼299인 기업에 대해서는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계도기간이 종료된 후 이를 위반하는 사업장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문제는 50∼299인 규모의 중소 제조업체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기존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인력난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더 늘리더라도 이전 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시설을 더 늘리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이에 따른 인건비 역시 부담이다. 여기에 신제품 및 신기술 연구개발(R&D)의 연구 시간이 제한되면, 제품에 관한 경쟁력 역시 위축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연구·기술 직무의 경우, 제품 출시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는 가운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품기획과 기술개발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화이트 칼라 이그젬프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 R&D 종사자들의 자유로운 근무를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장품 관련 제조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다음날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준비를 했는데, 이 작업을 다음 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이 작업을 하게 됐고, 11시까지 하면 어영부영 또 점심시간 돼 밥 먹으러 간다”며 “52시간 근무제 도입 전보다 생산성이 35%가량 떨어졌다. 똑같은 공장을 하나 더 지어도 기존에 비해 130%의 가동률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조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수시로 발생하는 생산라인 고장, 긴급A/S 등을 대응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주 52시간 근문제 시행 이후에는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품 생산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 생산라인이 고장나면 주 52시간을 어기면서라도 급히 고쳐야 할지, 아니면 손실을 감수하며 가동을 멈춰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제조업체 근무자들에게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0월 2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신노동연구회가 개최한 ‘주52시간제, 중소기업의 현장실태와 연착륙 방안 세미나’에서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노동부 데이터분석을 통해 “제조업 전체에서 100∼299인 사업장은 6%, 30∼99인 사업장은 4% 임금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조사 관계자는 “평택, 파주 같은 곳에 있는 제조사들은 사람 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측에서 원하는 직원 한 명을 뽑는 게 쉽지 않다”며 “근로자들에게 초과근무를 시켜 돈을 더 주는 게 근로자도 업주한테도 좋은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해서 투잡을 하는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 “전문직에는 유연한 제도 시행해야”
일부 다단계업체들은 제조업체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업계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앞으로 자본력이 풍부하거나 열악한 제조사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갈수록 제조사들은 줄어들 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납품을 받는 다단계업체들도 제조사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당장에는 원가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원가가 올라가게 돼 있고, ODM을 맡는 연구원들도 점점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처럼 스톡옵션을 줘서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소수의 인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에게 돈을 적게 주라는 취지의 정책인데, 이러면 유수의 인력들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월 1일 3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우선 도입되면서, 2019년 1분기 우리나라의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57억 9,000만 달러(출처: 기획재정부)로 금액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체 해외직접투자금액 141억 1,000만 달러 중 4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중소 제조사의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졌고, 다른 제조사에 물량까지 뺏기면서 중소 제조사 직원들이 찾아와 영업하는 빈도수가 최근 들어 늘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근로자를 위한 좋은 취지의 정책인 것은 이해하지만, 제조업과 같은 분야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유연한 제도를 시행하거나,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1년의 유예기간을 더 줘서 정부와 기업 간의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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