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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용어 변경에 관한 생각 (2021-04-02)

요즘 들어 ‘다단계판매’의 용어 변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간헐적으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용어 변경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초 ‘직접판매’라는 용어 사용 확대를 추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다단계’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다단계판매 공제조합’으로 명칭 변경을 시도하는 정공법을 택하기도 했으나, 무산된 적도 있죠. 이후 협회와 양 공제조합이 다단계 용어 오남용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용어 변경도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사실 다단계판매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명칭을 바꾸더라도 ‘예전에 다단계판매였던 곳’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단계판매라는 말이 온갖 잘못된 오명으로 오염되다 보니 이제는 이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단계판매라는 말은 1992년 방문판매법이 시행되면서 법적 용어가 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연쇄판매, 피라미드 판매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제도권 밖에 있어 마땅히 보상받을 수 있는 창구가 없었고,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로 공제조합이라는 소비자 보호장치까지 등장했으나, 종전의 상황으로 인해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고, 현재까지 가상화폐, 주식투자, 무등록업체 등과 관련된 불법 업체를 다단계판매라고 지칭하면서 업계에 대한 인식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언어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그중 언어에서 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약속된 후에는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책을 책이라고 부르기로 했으면, 그 언어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약속이기 때문에 다른 말로 바꿔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단계판매라는 말 역시 암묵적인 언어의 사회성으로 인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기, 피라미드, 불법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돼 있어서 업계 종사자들이 ‘그것은 용어 오남용이야’라고 반론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현대 국어 어여쁘다의 옛말인 ‘어엿브다’는 15세기 문헌에서 나타나는데, 중세국어에서 어엿브다는 불쌍하다, 가엽다는 의미를 지녔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근대 이후로 아름답다, 사랑스럽다는 의미로도 쓰이다가 현재는 아름답다는 의미만 남게 된 것이죠. 말의 의미가 달라지기까지는 60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인데, 다단계판매의 진정한 의미가 정착되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언어라는 것은 새롭게 생겨나기도 합니다. 새로운 개념이나 대상이 생기면, 그러한 것을 나타낼 새로운 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소비자 피해 사례가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다단계판매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이것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옷만 갈아입는다고 사람이 변하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어서 새사람이 되자는 게 아니라 새사람이 됐으니 남의 옷이 아니라 내 옷을 입자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30년 넘게 ‘다단계’라는 용어 하나 때문에 죄지은 사람처럼 질타를 받고 눈치를 보며 살아왔습니다. 다단계판매업체와 하나도 관련이 없는 사기 사건 뉴스의 대부분이 이를 다단계판매로 보도하는 바람에 ‘다단계=사기’라는 공식이 일반인들에게 인식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스스로가 다단계업계 종사자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네트워크마케팅이라던지 직접판매라던지 하면서 떳떳하게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한다고 밝히지 못했습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다단계판매는 활성화돼야 합니다. 부정적 인식이라는 걸림돌로 다단계판매산업이 갖는 고용창출과 잠재적 가능성을 축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단계판매업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와 여러 시각에서의 감시로 인해 이제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부실 업체가 있다면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당하고 있고,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여러 회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신 부위원장이 한국암웨이 강남 비즈니스 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위법하고 불건전한 행위를 일삼는 사업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면서 “공정위도 다단계판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 등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정말 오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입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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