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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들었게?”…‘랜덤박스’는 마케팅일까? (2021-04-08 18:37)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몇 년 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 채널에서 화제가 된 광고가 있었다. 해당 광고의 내용은 5∼30만 원가량을 내면 수십여 개의 시계 브랜드 중 무작위로 한 가지 제품을 보내주는 이른바 ‘랜덤박스’였고, 여기에는 명품시계가 포함돼 있다는 광고도 담겼다. 그러나 이들의 광고는 모두 거짓이었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랜덤박스. 이유가 무엇일까?


“명품시계 들어있다”…알고 보니 거짓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랜덤박스 형태의 상품이 최초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오프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랜덤박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제품은 주로 시계, 향수, 화장품 등이 있다.

랜덤박스는 같은 가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서로 다른 상품이 선택될 수 있다는 일종의 사행성이 가미된 상품으로, 판매업자들은 “대박 아니면 중박! 쪽박은 없습니다”, “팔자 필 인생을 위해!!” 등의 문구로 소비자의 사행 심리를 적절히 이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 지난 2017년 공정위로부터 제재받은 한 업체의 랜덤박스 판매 화면

이러한 랜덤박스의 특성상 맨 처음 가졌던 기대와 달리 ‘쪽박’ 상품을 얻은 소비자는 애초에 자신이 원한 ‘대박’ 상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비자가 ‘대박’ 상품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등 사업자의 광고가 거짓·과장임을 알기 어려워 피해를 입고서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지난 2017년 공정위로부터 과태료 및 영업정지를 받은 3개 업체는 ‘시계 랜덤박스’를 취급했으며,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을 취급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실제로는 제공되지 않는 상품을 마치 랜덤박스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소비자의 ‘불만족’ 이용후기를 누락하고 허위의 ‘만족’ 이용후기를 조작하여 게시하는 등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 업계도 ‘랜덤박스’ 논란
랜덤박스 논란은 게임업계에서도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 및 획득 기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 거짓·과장·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넥슨코리아, 넷마블게임즈,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및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을 내고 구매하지만, 구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나 그 효과와 성능 등은 소비자가 개봉 또는 사용할 때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랜덤박스와 비슷하다. 같은 돈을 내더라도 좋은 성능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좋지 않은 성능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순전히 운에 달린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6년 11월 3일부터 연예인 카운트를 판매하면서, 카운트를 구매할 때마다 일정 수의 퍼즐 조각을 지급하고 총 16개의 조각을 모두 맞춰 퍼즐을 완성할 경우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실시했다.

넥슨은 퍼즐 조각별 획득 확률이 다르고 일부 퍼즐조각은 획득 확률이 0.5∼1.5%로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퍼즐 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됩니다’ 라고만 표시했다.

넷마블은 2016년 5월 20일부터 6월 9일까지 ‘장비 카드 확률 상승 이벤트’ 를 2차례 진행하면서 프리미엄 장비 5성 및 6성 획득 확률을 0.3%에서 1.0%로, 0.01%에서 0.05%로 각각 3.3배 및 5배 상승에 불과하도록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0배 상승한다고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6년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스카우트 확률 상승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플래티넘 등급 선수 등장 확률을 24%에서 40%로 약 1.67배 상승에 불과하도록 설정했음에도 2배 상승한다고 표시했다.

이 밖에도 넥스트플로어는 ‘차일드 소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5성 차일드(캐릭터명)’의 획득 확률이 실제로는 0.9%에 불과했음에도 2016년 10월 27일(게임 출시일)에 공식 카페 내 공지사항을 통해 해당 확률을 1.44%로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성 VS 재미있는 이벤트
이 같은 랜덤박스 논란에도 최근까지 화장품, 식품, 시계,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랜덤박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먼저, 게임 업계 내에서는 사행성 논란이 함께 피어오른다. 복수의 외신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게임 내 랜덤박스를 도박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는 “랜덤박스는 도박이 아닌 게임 플레이의 일부분”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랜덤박스에 대해 재고를 처리하려는 상술이라는 비판과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라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상황이야 어떻든 현재 게임업계, 유통업계 등의 수많은 업체에서 랜덤박스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중국은 ‘블라인드 박스’ 인기
중국에서는 랜덤박스와 비슷한 블라인드 박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블라인드 박스는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게끔 포장된 박스로, 소비자가 박스를 열어 안을 확인해야지만 안에 든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 울라프 등의 등장인물을 본떠 만든 피규어를 똑같은 모양의 상자에 담아 판매하는 것도 블라인드 박스로 볼 수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블라인드 박스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규모가 지난해 93억 위안(약 1조 6,000억 원)에 도달했다.
▷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라인드 박스 브랜드(2020년 11월 기준) ‘POP MART’

블라인드 박스 안에 있는 제품은 주로 기본 아이템과 히든 아이템으로 나눠져 있다. 기본 아이템은 일반적인 제품으로 희소성이 없어 제품 가치가 낮지만, 낮은 확률로 히든 아이템을 뽑게 되면 중고시장에서 가격의 5배에서 높게는 수십 배까지 높게 거래된다.

현재 중국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블라인드 박스는 일반적으로 한 세트에 12개의 인형이 기본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보통 1개당 39∼69위안(2021.04.05. 기준 1위안 =171.49원)이다. 한 세트에 히든 아이템이 없을 수도 있고 인형마다 뽑힐 확률이 달라 전체 시리즈의 인형을 모으기 위해서는 구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에게 있어 블라인드 박스는 어느 정도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으며, 중국 아트토이 시장이 지속 성장함에 따라 블라인드 박스 산업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 블라인드 박스 시장규모는 2024년 3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게 코트라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랜덤박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지불한 비용에 비해 커다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로 해당 제품들이 배송되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제품이 배송될 확률을 표기하는 등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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