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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에게 가상화폐는 ‘놀이터’ (2021-06-10 16:48)

소외감 느껴 너도나도 투자…하나의 문화로 정착

표류하는 가상화폐, 어디로 가나 ②청춘들의 코인앓이

▷ 일러스트: 노현호

일부 20∼30대 젊은 연령층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영화관, 운동, 여행, 스터디 모임, 소개팅 등 취미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되자 지루함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가상화폐 투자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코인 거래소 신규가입자 10명 중 6명이 2030
뉴스뿐만 아니라 젊은층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각종 SNS 채널에서도 가상화폐에 관한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직장 동료,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화두는 단연 가상화폐. 일부 청년들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액 투자를 감행하기도 한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 신규가입자는 250만 명이다. 그중 20대가 32.7%(81만 6,039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0.8%(76만 8,775명)로 뒤를 이어 신규가입자 10명 중 6명이 2030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대 19.1%(47만 5,649명), 50대 8.8%(21만 9,665명), 60대 2.1%(5만 1,321명) 순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중이 줄었다.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큰돈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적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케팅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20∼30대 10명 중 7명은 50만 원 미만의 금액을 가상화폐에 투자했고, 나머지 3명은 100∼500만 원을 투자했다고 응답했다.

소액을 투자한 젊은 세대들은 돈을 잃더라도 인터넷에 자신의 신세를 희화화한 사진, 그림 등 익살스러운 ‘짤(인터넷에 올리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그림)’을 만들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공유하기도 한다. 투자한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웃음으로 소화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게 청년들의 이야기다. 이러한 사진, 그림 등을 가리켜 문화의 전달 단위를 뜻하는 ‘밈(Meme)’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유행을 이끄는 하나의 문화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 가상화폐와 관련된 패러디물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한 발언과 관련해 마치 도지코인을 사라고 예견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미래에서 온 남자’라는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도지코인 열풍이 시작될 무렵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20대 고 모 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5만 원을 넣었고, 이후에도 조금씩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취미생활의 폭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지출이 줄었고, 여윳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코인 말고는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20대 취업 준비생 이 모 씨는 “그동안 주식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친구들을 만나면 가상화폐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 가상화폐의 원리라도 알기 위해 투자를 결심했다”며 “한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도지’ ‘도지’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고, 나중에는 소외감마저 느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여자 친구와 이별한 뒤로 한동안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 힘들어했는데 주변에서 코인 투자를 권유받았다”며 “100만 원을 투자했고 매일 매일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탓에 이제는 여자 친구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사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된 병영 내에서도 20대 사병들의 코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내에서의 가상화폐 투자는 지난 2018년 논란이 불거진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군내의 PC방이라고 불리는 사이버지식정보방(사지방)을 통해 가상화폐의 시세 조회만 가능했고, 공인인증서 설치가 불가능해 실시간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휴가나 외박‧외출할 때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한 육군 부대의 사병 공 모 씨는 “병영 내에서도 업비트 등을 설치해서 코인에 투자하는데 ‘코인파티’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코인이나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간부나 상급 부대에서 특별히 제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간부와 같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월급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병사들끼리 서로 돈을 빌리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전거래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져 징계를 받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2021년 기준 군인 월급은 ▲병장 월급 60만 8,500원 ▲상병 54만 9,200원 ▲일병 49만 6,900원 ▲이등병 45만 9,100원이다.


사건‧사고도 잇따라…손실 발생 염두에 둬야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이 가상화폐가 어떤 원리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등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단순히 재미로 투자하거나 신분 상승의 엘리베이터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어 투기성이 짙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한 이같이 과열된 투자 양상으로 인해 일부 청년들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건,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한 30대 예술의전당 직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예술의전당 지하에 가상화폐 채굴기를 몰래 설치했다가 적발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예술의전당 전기실에서 일하는 이 직원은 60만 원어치의 이더리움을 채굴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술의전당 측은 해당 직원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와 함께 몰래 사용한 전기료 30만 원을 환수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수천만 원의 빚을 진 20대 남성이 강도를 시도했다가 붙잡힌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7일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20대 A씨는 한 원룸 건물 입구에서 걸어가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한 뒤 목을 조른 혐의를 받는다. 이 여성은 인근 지구대 소속 B순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B순경이 소리를 지르고 거세게 저항하자 A씨는 범행을 포기하고 도망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5,000만 원의 빚을 졌고, 이를 갚고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을 거래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1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마약을 유통한 피의자 49명과 가상화폐를 송금해 마약을 매수.투약한 472명 등 총 521명을 검거하고 그중 1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마약을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적발한 국내 대마 재배 현장 사진(사진: 서울경찰청)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최근 1년간 서울경찰청에서 검거한 전체 마약류 사범의 19.6%이며, 이들 중 96.3%가 20∼30대의 젊은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대마, 필로폰, 코카인 등 시가 108억 6,000만 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하고, 피의자들이 갖고 있던 5억 8,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압수 또는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실시해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2030 세대에 불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과 관련해 금융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거래소 앱을 깔고, 은행계좌도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개설할 수 있는 데다, 자산이 넉넉하지 않아도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악화, 소득감소 등도 청년들의 투자를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가상화폐의 특성상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규제를 마련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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