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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기울어진 운동장 (2021-06-18 09:17)

2010년대 중반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의 FC 바르셀로나 축구팀은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집합소였습니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데니스 수아레즈 등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슈퍼스타들이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었죠. 매년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고액의 연봉을 지불하고 세계 각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자 상대팀들은 불공정한 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FC 바르셀로나와 경기하는 상대팀들은 경기에서 계속 지면서 농담삼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니 절대 이길 수 없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와 경기를 할 때면 마치 운동장이 자기 팀의 골대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상대팀이 골을 넣기 훨씬 쉬운 상황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경쟁의 상대가 안되고 죽어라 노력해도 이기기 어려운 팀이라는 생각에 상대팀은 경기 시작 전부터 패배의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은 불공정한 경쟁을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죠. 결국, 시작부터 경쟁에서 불리한 누군가가 있다면 추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평등한 상황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불공정한 경쟁입니다. 사람들마다 다 똑같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랄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꼭 성공하는 것도, 나쁜 환경에서 자랐다고 꼭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경쟁 방식만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노력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기회마저 빼앗기면 안됩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잘 준수되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합니다. 법치주의에서 공정한 규칙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익 또는 가치 갈등을 공정하게 조정하게 만드는 규칙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최근 직판업계에 불공정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업체도 사업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시장에 불공정한 경쟁 구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불공평한 제도에 의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는 후원방문판매업체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수당이 35%로 제한돼 있는 다단계판매업체보다 더 많은 수당을 줄 수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후원방문판매업체의 경쟁이 과연 공정한 경쟁 방식일까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가장 핵심적인 작동원리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스스로 공정한 경쟁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정한 경쟁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공정한 규칙이 필요합니다. 경쟁에 따른 결과나 이득이 달라지더라도 최소한 경쟁 자체에서 불공정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방문판매법은 같은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는 업체간의 불공정 경쟁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경쟁의 상대가 안되도록 만들어놓고 열심히 노력하라고 하는 것이 바로 불공정한 경쟁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누구나 어릴적 한번쯤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 얘기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토끼는 자기 능력만을 믿고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고, 거북이는 누가봐도 뻔한 승부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이길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에서 거북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토끼를 이길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육지에서 발 빠른 토끼에게 유리한 불공정한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수중동물인 거북이가 어떻게  토끼가 중간에 낮잠을 잘꺼라고 생각하고 보이지도 않을만큼 멀어져 버린 거리를 묵묵히 걷는다는 말입니까? 애초에 불공정한 경쟁을 “열심히 하면 너도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어”라며 한쪽의 희생을 바라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현재 직판업계가 직면한 불공정한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적으로 정상적인 경쟁이 성립될 수 없다면 바꿔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장은 원래 살짝 기울어져 있습니다. 우천시 물이 배수로 방향으로 원활히 빠지도록 의도적으로 기울어지게 평탄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축구 경기를 할 때 전후반 자리를 바꾼다던지 홈, 어웨이 경기를 따로 계산하는 등의 여러 제도로 보완을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직판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도 보완을 해야합니다. 평평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여러 제도로 보완을 해야하는 것이 정부 또는 정부로부터 관리를 위임 받은 사람들이 해야하는 일입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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