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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00만 명 활동하는 다단계 외면하는 정부 (2021-08-27)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다단계판매원은 약 820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6.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만한 인원을 수용하는 직업군도 없을뿐더러 이들 모두는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의 실업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1997년 IMF 시기 이후 일자리 창출은 역대 정권의 중점적인 국정과제가 돼 왔다. 그러므로 다단계판매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알게 모르게 의지해오면서 실정을 만회하거나 가려주는 신기루 같은 분야이기도 하다. 만약 다단계판매원 전체가 실업인구로 잡힌다면 정부 당국은 가공할 만한 충격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이들 820만 판매원이 활동하는 다단계판매업계는 당국의 관리 감독 편의를 위해, 대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득권을 선점한 다단계판매업체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누더기처럼 기워놓은 방문판매법으로 인해 판매원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상황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2020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원의 비율은 40대 이후부터 급격하게 높아진다. 30대 판매원 비율은 13.1%에 불과하지만 40대에 이르러서는 26.4%로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대거 다단계판매업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성행함에 따라 유점포 자영업에서 좌절한 40대들의 신규 진입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같은 자료에 의하면 50대가 27.6%, 60대 이상 26.9%로 다단계판매는 갈 길 잃은 장년층이 맨주먹이라는 사실도 묻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좀 과한 표현이기는 해도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장년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해 패자부활전을 노려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실제로 다단계판매를 통해 고소득을 올리는 판매원 중에는 벼랑 끝에서 회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다단계판매업계는 대한민국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을 받아 안으며 분투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지원은커녕 오히려 이중삼중의 덫을 놓아 판매원과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반발이나 지원 요구조차 없는 것은 이들의 의식 역시 이미 한풀 꺾인 상태인지라 맞붙어 싸워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참한 현실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공제조합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들마저도 판매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배경이 된다.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널리 자행되는 제명이나, 레그 변경 등에 대해 판매원들은 그 어디에도 호소할 길이 없다.

지금도 정부에서는 각종 실업 대책을 남발하고 있으나 다른 일을 선택할 여지조차 없는 취약계층인 다단계판매 종사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장사가 안되는 자영업자는 지원해도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지원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아는 기업이나 공제조합 등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주선하거나 건의하는 일도 없다.

쪽방촌에 눌러앉은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가지면서 그곳을 뛰쳐나와 스스로 서려고 온 힘을 기울이는 사람은 외면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다단계판매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사회구조가 비뚤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지원 사업의 초점을 놀고먹는 쪽에다 맞출 것이 아니라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쪽에 맞춰야 건전한 국가, 건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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