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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지금, 사랑하시겠습니까? (2021-09-09 17:31)

사랑은 설레기도, 아름답기도, 재미있기도 하고, 번거롭고, 어수선하기도 합니다. 잔잔한 호수같이 평온함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몹시 세찬 바람이 불면서 쏟아지는 큰비가 되기도 합니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이상한 수학 공식이 성립되는 감정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복잡한 사랑에 대해 명쾌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을 ‘사랑’으로 치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을 맞는 일은 언제나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지요.

유통업계 전문지에서, 게다가 칼럼에서 갑자기 사랑 타령을 늘어놓는 이유는 영국의 한 노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영국 북동부 애버딘에 거주하고 있는 남성 빌 던컨(73)은 2010년 60대 초반 나이에 노인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때는 2001년에 만난 앤(71)과 6년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고 합니다. 이후 빌은 기억과 추억을 하나둘 도둑맞기 시작했고, 애석하게도 앤이 아내라는 사실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앤은 지극 정성 그를 돌봤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른 2019년 8월. 빌은 친척의 결혼식에 다녀왔고,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본 후 앤에게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며 청혼했다고 합니다. 치매로 기억을 잃었지만, 아내에게 청혼해 다시 결혼하자고 한 것이지요. 앤도 기꺼이 그의 청혼을 승낙했고, 다시 한번 식을 올렸습니다. 앤은 이날의 느낌을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라며 “치매와 싸운 오랜 시간 후에도 빌이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니 그저 행복할 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고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니면 옆에 있는 아내나 남편이 기억을 잃는다면 다시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기꺼이 다시 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사설이나 저 뒤에 전면광고나 봐야겠다며 학을 떼고 칼럼 읽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빌과 앤이 결혼을 두 번 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치매라는 질병을 사랑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더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결혼과 사랑은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결혼을 인륜지대사라고 치켜세우며 신성한 행위처럼 여겼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 또한 사랑하면 당연히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다며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결혼의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연애를 10년 넘게 한 사람 중에서도 결혼에는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9월 5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성 1인 가구가 20년 전보다 2.6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성인구는 총인구의 49.9%로, 성비는 점차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여성 1인 가구는 20년 전 128만 가구에서 333만 9,000가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혼자 사는 여성만큼이나 혼자 사는 남성도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결혼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0년 초혼 건수는 16만 7,000건으로 2000년보다 무려 38.6%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2020년 이혼 건수도 10만 7,000건이나 됩니다.

연애는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발전하면서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요즘 시대의 결혼은 서로가 가진 것을 비교해보고 분석하는 일련의 씁쓸하고 딱딱한 행위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공간이 아니라 개인이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형식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지요. 사람들이 선뜻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결국 결혼해야 하고, 결혼을 했으면 애를 낳고, 집을 사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일종의 사회적인 통념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설렘을 느끼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도록 단단하고 촘촘하게 울타리를 치고, 자신의 통장 잔고를 확인하거나 상대방의 조건을 먼저 탐색하는 게 앞서게 된 것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금세 사랑에 빠지며 설렘을 느꼈던 예전 그때의 그 시절을 동경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며 윽박지르던 웃어른들의 이야기가 귓바퀴에 맴도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대방과 조건에 맞춰가며 살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좀 무모하더라도 사랑에 빠지시겠습니까?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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