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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절벽을 찾아서 (2021-09-17 09:21)

속 터지는 코로나 어디로든 가보자⑪

사람들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절벽 끝에 섰다고 말한다. 또는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날 수 있다고도 한다. 절벽은 더는 전진할 수 없는 한계이면서 절체절명 새로운 시도를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위태로운 것들은 당사자에게는 고통이며 억압일 테지만 제삼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이면서 풍경이 된다. 세상의 모든 자살바위 또한 벼랑 끝에 세워진 바위, 곧 절벽을 말한다.


모허 절벽
사람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은 각양각색으로 다양하지만 모허 절벽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가장 많이 꼽힌다. 아일랜드의 클래어주 버런 시에 자리잡은 절벽이다.

최고 높이 230m. 날개가 없은 것들이 뛰어내렸다가는 결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높이다. 이처럼 돌아올 수 없는 지점, 생과 사의 경계를 보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든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절벽을 확인하기 위해.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절벽은 비장하지만 절벽 아래 해변은 살아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왕복 약 16km로 발맛이 충분히 나는 거리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1970년 작 <라이언의 딸>이라는 영화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모허 절벽에서 돌아와 몸을 녹이는 데는 아이리시 위스키만한 것도 없다. 아일랜드는 아이리시 위스키의 고향이면서 아이리시 커피의 고향이기도 하다. 아이리시 커피는 위스키와 커피를 적절하게 블렌딩한 것으로 아일랜드 사람들은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갭파크
<빠삐용>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1973년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과 스티브 맥퀸이 출연해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호주 개척시절, 영국에서 압송된 죄수들이 강제노역과 향수병을 못 견뎌 몸을 던졌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절벽은 추락을 충동질하는 마력이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갭파크는 절벽만으로도 아름답고 치명적인 매력을 선사하지만 마주보이는 문명의 성과들이 대비되면서 끝장과 도약의 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 멀리 보이는 시드니 도심은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과 돌아와야 할 길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그러나 갭파크 마을은 절벽의 비장미와는 다른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다. 하버브리지의 아치가 보이고, 수백 척 요트가 떠다니는 풍경은 한국 사람의 눈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어서 더 아름답고 운치 있게 느껴진다.


엘 케피탄
역설적으로, 셀카를 찍다가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면 그곳은 아름답다고 인정해줄 만하다. 미국에서 셀카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 중의 하나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절벽이다. 엘 케피탄은 베이스 점프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절벽이면서, 가장 목숨을 많이 읽는 절벽이기도 하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무려 900m 높이의 수직 절벽으로 여전히 날고 싶어 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 모험가들이 주로 찾는다. 


망산
중국 후난성 침주(천저우)는 중국통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에게도 낯설다. 경상북도만한 넓이에 전체의 절반 이상이 산악지역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삼림과 숲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인 방문자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홍콩과 마카오, 대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이 불편해 여행을 원하는 사람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침주 공항이 개항하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여행자들의 발이 묶이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머잖아 계림을 위협하는 절경으로 맞대결을 벌일 전망.

특히 금편신주는 영화 <아바타>를 다시 찍어도 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비록 이름은 망산이지만 망산의 많은 봉우리 중 망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없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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