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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다단계판매와 상아탑 (2021-10-08)

일반적으로 기업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하기 위해 마케팅, 즉 홍보와 관련한 경영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합니다. 수억, 수십억을 들여 유명한 배우, 인플루언서들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거나 TV광고, SNS 광고 등을 하기도 하지요.

홍보모델을 통해 한순간에 세계적인 기업이 된 나이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마케팅의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스포츠브랜드 업계 최고는 아디다스였고, 나이키는 육상신발을 제작하던 소규모 기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1984년 나이키는 NBA의 전설, 당시에는 신인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과 전속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이클은 나이키에서 제작한 ‘에어조던’을 신고 경기에 출전하거나 나이키와 함께 협업한 시리즈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당시 마이클 조던은 나이키가 아닌 아디다스의 신발을 신기 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와 에이전트의 설득으로 결국 나이키와 계약을 하게 됐죠. 여담이지만 당시 잘 나가던 선수의 계약 게런티가 10만 달러였으나, 마이클 조던은 25만 달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나이키 측은 에어조던의 매출을 300만 달러로 예상했는데, 1년 만에 1억 2,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광고도 광고이지만,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에 매료된 사람들이 하나둘 에어조던을 사기 시작했던 겁니다. 에어조던의 출시로 나이키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NBA에서는 색이 들어간 운동화의 착용을 금지했는데, 에어조던의 매출이 급격하게 커지자 나이키는 매경기마다 1,000달러에 달하는 벌금까지 물어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마케팅은 그 브랜드의 상징성을 띠게 하면서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반면 다단계판매는 도·소매상을 통하거나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광고나 판매 촉진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판매원이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에 대한 사용경험을 전파하고 제품구매와 판매원가입을 권유하는 판매형태입니다. 규모가 큰 대형 기업을 제외하면, 유명인을 홍보모델로 쓰거나 TV 광고 등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렇다면 다단계판매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제품의 유통까지 이어지게 하는 이러한 마케팅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기업과 판매원입니다. 물론 다단계판매는 전통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판매원이나 소비자가 해당 기업과 제품에 대해 입소문을 냄으로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에 판매원의 역할이 몹시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암웨이, 뉴스킨, 애터미 등이 비교적 큰 사건 사고 없이 현재까지 꾸준한 매출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물론 판매원들과 기업과의 소통과 화합도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기업이나 판매원의 그릇된 경영방식이나 마케팅 등으로 인해 기업이 도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달 전 폐업한 모 업체의 몇몇 판매원들과 임원 등은 회사, 제품, 보상플랜 등 다단계판매의 근간을 망각하고, 1인당 약 1,000만 원을 내면 매월 연금처럼 수입이 발생하고, 여러 코드를 투자하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볼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약속된 것처럼 소득이 발생하지 않자 다수의 판매원들이 청약철회를 시도했고, 잡음이 발생했지요. 문제는 스폰서가 파트너들의 결제를 대신해줬고, 일부로 파트너 A의 매출을 B에게 B의 매출을 C에게 잡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청약철회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한 판매원은 친동생의 장례를 치르는 와중에 스폰서가 찾아와 반품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도 하고, 어떤 판매원은 집을 팔아서까지 사업에 투자했다고도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 업체는 무성한 소문 뒤로 폐업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또한 회사와 판매원이 공모해 최고 리더를 끌어내리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코인 피라미드에 빠진 몇몇 판매원들이 파트너들에게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기존에 있던 조직을 와해하려는 시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약 보름 전에는 모 국내 업체의 최고직급자가 합류해 이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은 위치에 있었던 이들은 결국 기존에 있었던 기업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야 말았습니다.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한곳으로 모이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코끼리의 무덤에는 상아가 쌓여 탑을 이룬다고 하지요. 몸은 썩어 사라지지만 상아만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고 해서 ‘코끼리의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문득 추태를 부리는 이들이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일지 걱정되는 목요일 오후입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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