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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운도 실력이라는 착각 (2021-10-08)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다단계판매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다. 운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부모운이다. 태어나 보니까 아버지가 재벌 회장일 때 그야말로  일생동안 놀고먹을 찬스를 얻은 것이다. 물론 몇 차례 감옥에 들락거리기는 하겠지만 재벌 아들이라는 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액땜쯤은 충분히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다단계판매업계에서의 ‘운빨’은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와 좋은 제품, 뛰어난 보상플랜을 갖췄더라도 제대로 된 리더를 만나지 못한다면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운이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이렇다 할 특징이 없이도 승승장구하거나 꽤 오랫동안 유지되는 기업도 있다.

이 업계에는 또 ‘오픈빨’이라는 게 있다. 특정 업체가 문을 열면 ‘선점’이라는 기대심리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가장 엄청난 오픈빨의 혜택을 본 회사가 네리움이다. 첫 달 매출이 무려 200억 원을 찍었다. 네리움 이전까지 최고의 오픈빨로 기록됐던 모나비라는 회사의 70억 원의 무려 세 배 가까운 금액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네리움도 모나비도 이 업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매출 부진으로 전전긍긍하던 네리움은 이름을 바꿨고 모나비는 주네스라는 회사에 합병됐다. 운과 오픈빨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도 불가능하거니와 존폐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준비 과정 없이 덜컥 출사표를 던지는 기업이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6개 업체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 중 오픈빨이라고 할 만한 운의 도움을 받은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오로지 실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한두 달 반짝 매출을 기록하는 업체가 나올 법도 한데 지금까지는 그만한 움직임조차 보여주는 업체가 없다.

이제 다단계판매는 대한민국 유통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격전지다. 2021년 10월 7일 현재 128개 업체가 건강식품과 화장품이라는 엇비슷한 제품으로 다투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제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업계에서는 과거처럼 보잘것없는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겨서 수당을 많이 돌려주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경색된 가정경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와 사업자들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소위 슬기로운 소비생활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소자본으로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발견하기 쉽지 않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 중의 하나다.

이제는 적어도 2~3년은 견딜 수 있는 자본력이 다단계판매 기업의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 품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합리적인 가격 또한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이 모든 것을 갖춘 데 더해 경영능력과 인성까지 갖춰야 비로소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단계판매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사업자이지만 말아 먹는 것은 경영자라는 말이 있다. 뛰어난 사업자들이 발군의 실력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더라도 경영자의 능력이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난파하게 된다는 말이다. 오픈빨이 없다는 것, 운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야심만만한 신규 업체 경영자들의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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