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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꼭 해야 하나요?”…늘어나는 비혼동거 (2021-10-08 10:16)

빙글빙글 세상 이야기

▷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사랑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는 지났다.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것보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지만, 비혼동거를 하는 이들에 대해 배우자와 비슷한 수준의 제도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된다면 법률혼 부부보다 동거만 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혼동거, 부부 사이보다 만족도 높아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관한 2021년 가족정책포럼이 지난 9월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온라인 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결혼해야 가족인가요? 함께하는 삶, 가족, 그리고 정책 이야기’이다.

이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문유경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가족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흐름이 됐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주요한 국가과제가 됐다”며 “가족의 구성 또한 그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전형적으로 여겨지던 가족 구성의 비중은 감소하고, 1인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결혼이나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원장은 “가족관계에 있어 혈연이나 법적 관계를 넘어 정서적 유대감이 중요하게 인식되는 변화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비혼동거도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혼동거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 발표도 이어졌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조사로, 전국 17개 시·도 만 19세 이상~69세 이하 국민 중 현재 남녀가 동거하고 있거나 과거 동거 경험이 있는 사람(응답자 3,007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 내용에 따르면 현재 동거 중인 사람들 중에서 파트너 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이 전체 63.0%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배우자 관계 만족도(57.0%) 보다 높은 것이다.

비혼동거 파트너 관계에서 가사수행을 둘이 똑같이 하는 비율은 시장보기, 식사준비, 청소 등 가사노동 70.0%, 자녀 양육과 교육이 61.4%로, 배우자 사이(각각 26.6%, 39.2%)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 가사수행을 둘이 똑같이 하는 비율은 비혼동거 하는 사람들이 부부 사이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동거의 계기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현재 동거하는 이유를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별다른 이유없이 자연스럽게(41.3%)’,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여(38.6%)’, ‘데이트 비용이나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30.8%)’ 순이며, 30대는 ‘별다른 이유없이 자연스럽게(35.2%)’,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9.6%)’,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서(27.3%)’ 순으로 나타났다.

40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33.7%)’,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33.7%)’, 50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54.8%),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48.4%)’ 순으로 나타났고 60세 이상은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50.0%)’가 가장 많았다.

20~30대에 비해 40~50대의 비혼동거는 결혼으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가 아닌 적극적 선택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동거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배우자 사이보다 다소 불안정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간 파트너와 갈등 및 의견 충돌 경험에 대해 ‘있음’ 비율이 67.0%로 3명 중 2명은 갈등을 경험했다. ‘갈등으로 인한 헤어짐 고민 경험 있음’ 비율은 49.1%이다.
▷ 동거하는 사람들 중 최근 1년간 파트너와 갈등 및 의견 충돌 경험에 대해 ‘있음’ 비율이 67.0%로 3명 중 2명은 갈등을 경험했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전국 가족실태조사의 배우자와의 갈등 및 의견 충돌 경험 ‘있음’ 비율은 47.8%로 동거 파트너 관계에서 갈등 경험 비율이 더 높은 것이다.

법률혼 부부와 비교하여 ‘정서적 유대감 측면에서 동일하다’에 대하여 전체의 83.4%가, ‘관계의 안정적인 측면에서 동일하다’는 70.3%가 동의했다. 그러나 ‘혼인한 부부관계와 동일하게 인정 받는다’에 대해서는 ‘아니다’가 65.3%로 나타나 제도적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계의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약해
현재 동거하는 사람들에게 동거의 긍정적인 면에 관해 묻는 설문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동의 비율이 높았다.

‘상대방과 함께 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느낀다(88.4%)’, ‘상대방의 생활 습관 및 라이프스타일 파악을 통해 결혼 여부의 결정에 도움이 된다(84.9%)’, ‘주거비, 생활비 등을 공동부담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적다(82.8%)’,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이 존중된다(65.0%)’, ‘상대방과 집안일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분담한다(66.4%)’ 등으로 나타났다.

동거로 인한 긍정적인 면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 것이 특징이지만, 동거로 인해 불편한 점은 대부분 제도적인 문제나 사회적 시선에 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로 인한 불편함은 ‘주택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를 이용하는데 어려움(50.5%)’, ‘동거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 경험(50.0%)’,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 적이 있다(49.2%)’ 순으로 나타났다.
▷ 동거하는 이들은 주택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민간기관(통신사, 보험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가족 혜택을 사용하지 못한 적이 있다(60.4%)’, ‘세제 혜택(소득공제 등)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60.0%)’, ‘직장에서 제공하는 가족수당, 복지포인트 등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56.0%)’ 등의 어려움도 있었다.

이는 법적 혼인상태를 유지하지 않고 있어서 발생하는 불이익으로, 실질적인 ‘보호자’임에도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을 시사한다.

경제생활에 있어서 서로 개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생활비 지출을 결정하는 주체는 ‘공동으로 협의하여 결정(39.0%)’, ‘각자 결정(34.7%)’, ‘주로 내가 결정(16.3%)’, ‘주로 파트너가 결정(9.9%)으로 집계됐다.

소득관리는 ‘각자 알아서 관리(58.8%)’, ‘공동으로 협의하여 관리(19.5%)’, ‘내가 관리(13.6%)’, ‘파트너가 관리(8.1%)’의 순이었고, 자산관리는 ‘각자 알아서 관리(48.9%)’, ‘공동으로 협의하여 관리(27.7%)’, ‘내가 관리(14.5%)’, ‘파트너가 관리(8.9%)’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2021년 가족정책포럼에서 ‘비혼동거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파트너 관계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법률혼의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고, 의견 충돌이나 갈등 경험 비율이나 헤어짐 고민 경험 비율이 2020년 전국 가족실태조사와 비교하여 더 높은 점을 보면 파트너 관계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혼 부부와 비교하여 긍정적 요소가 많은 비혼 동거 파트너 관계에 대한 사회적 수용과 제도적 인정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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