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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마라 (2022-01-28 09:27)

약속은 다단계판매산업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말 한마디에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있고, 자신의 인생을 거는 판매원이 있고, 모험을 하는 기업의 경영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단계판매 사업은 신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는 일입니다.

약속이라는 말은 거창해 보여도 단순합니다.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것보다 잘 깨지기 쉬운 것이 약속이기도 합니다. 했던 말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 건데, 미리 했던 말들이 어긋나는 이유는 뭘까요?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든 외면하려고, 모면하려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얼렁뚱땅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외롭고 힘든 순간에도 그 약속만 믿고 전심전력을 다해서 사업을 하겠지요. 이윽고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오더라도 약속을 했던 사람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자신이 정말 이 사람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무엇을 도모하기로 했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신의를 이토록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은 대소사를 막론하고 그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는 부류들입니다. 믿었던 만큼,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약속을 지킨 사람만 상처를 받는 것이지요.

또 다른 한 가지는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A와 B라는 과정을 거치면 C라는 보수를 주겠다고 했는데, ‘A’나 ‘B’는 쏙 빼놓고 듣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입소문을 내는 것은 정확하고 또 기가 막히게 일사천리입니다. 영문을 모르고 있던 상대방은 업계 안팎에서 거짓말쟁이로 소문이 난 뒤에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물론 이것은 경영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판매원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경영자나 판매원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 뻔하고, 천운이 따라서 단숨에 엄청난 성장을 보였을지라도 일순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어떤 충격에도 찌그러지지 않는 골조와 총알에도 뚫리지 않는 판넬로 빌딩을 지어 올리더라도 지반공사가 튼튼하지 않으면 작은 바람에도 무너지는 것처럼, 다단계판매사업은 경영자나 판매원의 신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다단계판매산업의 역사에도 그대로 묻어납니다. 과거 암웨이, 애터미의 아성을 넘봤던 기업들은 ‘오늘내일’하거나, 폐업이라는 결말을 맞았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발군의 판매원들이 성장시킨 기업이지만, 정도경영을 하겠다는 처음의 약속과 달리 이상한 곳에 투자한다든지, 요란한 보상플랜을 도입한다든지 등 경영자의 그릇된 선택으로 최후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실적 부진에 빠진 모 기업의 수장을 두고 “그 사람만 입을 닫으면 회사는 성장한다”는 판매원들의 비소가 나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기도 합니다.

일부 리더들의 교언영색도 경계해야 합니다. 몇 년 사이 급진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 기업의 30대 젊은 그룹장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이런 이야기를 남기곤 합니다.

“1년 미만 사업할 거면,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 다른 기업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우리 그룹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며, 실패할 확률과 성공할 확률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홈페이지에 있는 회사 120여 개 업체 대부분의 사업 설명회에서는 실업자고, 주부고, 가방끈 짧은 사람들에 관계 없이 억대 연봉이니, 인세소득이니, 연금이니 하면서 달콤한 말로 사업자 모시기에 한창인 점을 감안하면 이 리더가 얼마나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무게감을 느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파트너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리더는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억대 연봉에 삐까뻔쩍한 고급 스포츠카, 대궐 같은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에야 기분이 좋겠지만, 머지않아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그 리더에 대한 배신감이 들고, 나중에는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자괴감과 회의감마저 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리더라면, 처음부터 험난한 길과 실패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이야기하고 파트너들과 서로 머리를 맞대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합니다. 내뱉은 말을 행동하는 일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만,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는 일도 약속과 신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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