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사설> 재판매 문제, 균형 잡힌 대책 마련해야

  • (2022-03-10 17:11)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한 판매원이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재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가 나섰다고 한다. 기업을 대신해 재판매하는 사람 또는 업체에 대해 기업의 편에서 강력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어떤 문제든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안은 원인을 찾아내서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가장 좋기로는 회사에서 대량 구매를 못 하도록 막는 것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판매원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협회가 굳이 법률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와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때때로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한 사람이 열 상자도 넘는 택배박스를 쌓아놓은 사진이 올라올 때가 있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사진들인데 이 코로나 시대에 과연 이 박스들을 이고 지고 다니면서 팔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서 ‘다단계하다 망한다’는 이야기가 출발한다. 자신의 판매 역량을 훨씬 초과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면 필연적으로 망하게 된다. 다단계판매란 판매행위보다는 소비행위가 주가 되는 사업이다. 고객이라는 개념보다는 스스로 구매하는 소비자를 늘려가는 일이라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한 재판매 행위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비교적 판매가격이 잘 지켜지는 회사가 멜라루카와 유사나다. 이 두 회사는 특정 아이디로 필요 이상의 구매를 요청하거나 타인의 카드로는 결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물론 어떻게든 회사 측의 눈을 피해 조금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판매원들은 회사 측의 정책을 받아들인다. 직급에 도전하거나, 판매에 자신이 있는 회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이 원칙은 꿋꿋하게 지켜지는 편이다.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구매하도록 시스템화된 것이다.

물론 직판협회가 생각하는 사법행위 적용 대상은 한두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판매원에게 돈을 대줘 대량으로 매집해 재판매하는 전문적인 업자를 가리킬 것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법의 힘을 빌려봤자 소소한 일만 더 많아지고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얻은 결론이라는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의 방안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숙고해주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베팅’이라는 말로 요약되던 것이 다단계판매였다면 이제는 정말로 ‘합리적인 소비’에 방점이 찍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법적인 제재를 통해 사재기를 제한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건강하고 정당한 소비를 독려하는 캠페인이라도 벌여나가는 것이다.

짧은 생각으로는 인터넷 재판매로 인해 고심하는 회사라면 시스템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로 가격을 지키고 싶고, 소비자를 지키고 싶다면 판매원 1인당 구매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정의로운 방법이다.

국내에 등록된 모든 다단계판매 기업이 직판협회가 추구하는 덤핑 없는 건강한 다단계시장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 시장 자체를 흐리게 되면 십수 년째 외쳐온 업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자칫 판매원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총대를 메고 나선 협회의 소신에 박수를 보낸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