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한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렸음에도 기부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홍보에 비해 그 금액은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당금, 지급수수료(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적지 않은 자금을 송금하고 있어 한국을 현금인출기(ATM)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일러스트: 노현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000억 원 이상 매출액을 올린 외국계 다단계판매기업은 총 6곳이고, 이들 기업의 기부금 총합은 9억 4,368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작년에 올린 매출액이 약 2조 5,3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부금의 규모는 민망한 수준이다. 반면 토종 기업인 애터미는 작년에만 약 235억 원을 기부해 이들 외국계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중 한국허벌라이프와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는 기부를 하지 않거나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허벌라이프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약 1억 6,000만 원을 기부한 게 전부다. 2008년부터는 감사보고서에서 기부금 항목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한국허벌라이프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약 4조 6,14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당 기간 한국허벌라이프는 4,768억 원을 배당금으로, 9,368억 원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본사 등에 송금했다. 한국허벌라이프의 발행주식은 허벌라이프 인터내셔널(Herbalife International,Inc.)이 100% 보유하고 있고, 허벌라이프 인터내셔널, 미국 허벌라이프 인터내셔널(Herbalife International of America, Inc.)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2005~6년, 2009년, 2015년, 2020~21년을 제외한 한국허벌라이프의 평균 배당성향은 151.72%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당기순이익이 1,000원인데 배당성향이 10%면, 배당금으로 10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한국허벌라이프는 지난 2016년 배당성향이 844.58%에 달하기도 했다. 당기순이익의 8배가 넘는 돈을 해외 본사로 보낸 것이다.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해 2019~2021년까지의 재무제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돼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의 기부금액은 2020년 4,400만 원이 유일하다. 기부금을 공개하지 않은 한국허벌라이프를 제외하고, 2021년 1,000억 원 이상 매출액을 올린 외국계 다단계판매기업 중 기부금액이 가장 적다.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는 지난 2021년 약 1,44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상품매입, 지급수수료, 기타수익 등의 명목으로 미국 법인 유사나헬스사이언스(USANA Health Sciences, Inc.)에 약 715억 원을 지급했다. 한 외국계 기업의 관계자는 “외국기업은 본사 경영진, 주주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서 기부하려면 반드시 본사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한국 지사장은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고, 지사장도 본사 눈 밖에 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기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부활동은 거둬들인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며 기업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이것이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여 이를 무시하는 기업에는 약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