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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다단계는 로또 아니야 (2022-05-19 15:59)

[기획] ②의지박약 - 사례로 보는 다단계판매기업 실패 요인

▷ 일러스트: 노현호
기업이든 판매원이든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간절함’이다. 창립 10여 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 반열에 오른 애터미가 절박함과 간절함이 이뤄낸 성공의 눈부신 사례다. 오너의 간절함과 판매원들의 간절함이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다단계판매에 뛰어드는 많은 중견기업들은 제대로 해보려는 의지보다는 요행수를 바라는 것 같은 행태를 보일 때가 많다. 


비전문가 경영인 기용
치킨을 팔아 대기업에 접근한 모 기업은 다단계판매에 뛰어들었다가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버티지 못했다기보다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지레 포기해버린 것이다. 물론 수도 없이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의 역겨운 모습을 견디지 못했겠지만 경영진의 구성과 포석에서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다단계판매와는 전혀 무관한 대표이사를 앉히거나 갖가지 약은 수를 써가며 업계에 기생하는 인사를 등용함으로써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다단계판매는 여타의 산업과 달리 오너가 영업을 포기하면 오너의 손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기업 이미지를 보고 몰려들었던 수많은 판매원들이 들인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기업은 서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셈이다. 


예보없이 철수한 ‘예보’
그동안 많은 판매원들은 한국기업보다는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에 대해 훨씬 도덕적일 것이라고 믿어왔다. 지금도 일부 고지식한 판매원들은 ‘한국 기업에서는 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막연한 사대주의의 발로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본국에서 터전을 잡은 연후에 해외에 진출하기 때문에 자본적인 면에서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그러나 한국시장이 지닌 폭발력을 염두에 두고 본국에서는 겨우 회사 꼴만 갖춘 다음 진출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늘어나면서 그저 한국의 판매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기업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씨리얼이라는 독특한 제품을 들고 들어왔던 ‘예보’는 한국지사를 설립하자마자 상당한 매출을 기록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철수를 결정했다. 본사 주주간의 갈등이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의 임직원과 판매원들은 졸지에 닭 쫓던 개꼴이 되고 말았다. 기업의 흥망이야 병가지상사지만 그들의 결정에 한국인 임직원과 판매원들은 어떠한 고려사항도 아니었다.  


사내 정치행위로 인한 줄서기로 갈등 빚다 ‘폭삭’
한 때 한국암웨이를 넘보며 성공가도를 질주했던 A사에서 오너와 갈등을 겪은 경영자는 유사한 업체를 차려 복수를 노렸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A사에서 꽤 많은 판매원을 빼오고도 직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다양한 패인이 있겠지만 그 자신이 고령이었다는 점과 그로 인해 배수진을 치지 못하고 한쪽 발만 담갔다가 발을 빼는 바람에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는 게 당시에 참여했던 인사의 회고다. 

그는 “임직원 사이에 A사 출신의 성골과 타사 출신의 비주류로 나누어지면서 역량을 결집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임원으로 근무했던 모 인사는 “자금 투입이 필요한 시점에서 오너가 자금의 투입을 망설이다가 때를 놓친 것이 결정적이지만, 그보다는 채 자리도 잡기 전에 정치적 노선경쟁이 벌어진 것도 실패와 무관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위험한 동업…투자자와 개발자 엇박자
가장 최근에 철수한 미국업체 역시 투자자와 제품 개발자의 반목으로 실패한 사례다. 본사의 자금부족으로 인해 갈등을 겪던 두 사람이 갈라서면서 투자사에서 인수했으나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 바람에 자금난을 겪다가 철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원료를 바탕으로 한 건강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러시아에 진출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다단계판매 환경과는 무관하게 러시아의 루블화가 폭락하는 바람에 자금경색이 빚어졌고, 이를 두고 두 사람의 경영자가 대립하던 중 제품을 개발했던 사람이 다른 회사를 설립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당시 한국지사를 경영했던 인사는 “초기에는 선전했으나 본사가 내분을 겪으면서 지사의 제안이나 요구에 대해 귀를 닫은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거듭되는 투자 요구가 무시되는 과정에서 한국지사에서 먼저 철수를 권유했고 본사가 받아들이면서 문을 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원 돈 버는 게 ‘배 아파’
지방에 본사를 둔 한 중견기업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오너의 몰이해로 문을 닫았다. 최고 리더가 수령하는 고액의 수당을 시샘한 것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수당이 발생하는지 몰랐으므로 자신보다 급여가 높은 판매원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는 “회사의 전체 매출도 얼마 되지 않는데 한 사람에게 그만한 금액이 몰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구조”라고 볼멘소리를 하고는 했다고. 

이 회사는 서울에 두었던 본사를 모기업 소재지로 옮겨 리더 없이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으나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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