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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또 한 번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갔습니다. 가정의 달은 가족들과 특별한 날들을 기념하며 함께 시간을 더 보내게 되는 달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맑고 포근한 날씨에 올해는 황사도 덜 심했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어린이날에는 오랜만에 어딜 가나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태어난 아이들은 어쩌면 놀이동산이 처음인 아이들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모두에게 가정의 달이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버겁기만 합니다. 가정의 달은커녕 끼니도 챙기지 못한 1인 독거 가정들도 많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집주인에게 남긴 마지막 메모 내용입니다. 이들 세 모녀는 유서와 마지막 집세 그리고 공과금 70만 원을 집주인에게 남기고 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취직을 못 하던 두 딸과 식당 일을 마치고 가던 길에 팔을 다쳐 일하지 못하게 된 어머니. 어려운 환경에 있었지만 어머니가 근로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자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큰딸이 앓고 있던 당뇨와 고혈압은 근로가 불가능할 정도의 병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공과금 한번 밀린 적 없던 세 가족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개인의 사정은 배제하고 수급 탈락을 시킨 것입니다. 부양의무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부양의무자인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비극적인 사건에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말이 나왔지만 결국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는 작년 어버이날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과 사망사건의 범인이자 신고를 한 20대 아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중병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병간호가 필요했던 아버지를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해 끝내 굶겨 죽인 사건이었는데요. 존속살인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끝이 난 줄 알았던 이 사건을 한 언론의 기자가 감옥에 있는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취재를 진행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인들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가 무척 좋았다고 합니다.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하루아침에 생계와 간병을 동시에 책임져야 했던 아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착한 아들은 병원비를 내지 못하게 되어 아버지를 집으로 모셨고 어느 날 집에 돌아와 아버지의 죽음을 보게 된 사연입니다. 그렇다면 이 가족은 왜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을까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2개월에 한 번씩 고위험 복지 사각지대라는 명단이 내려오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사망한 후 이틀이 지나서야 명단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본인이나 의사, 간병인 등 제3자 누구나 국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었지만 너무 어처구니없게도 아버지의 병원비를 한 번도 체납한 적 없던 아들의 성실한 모습에 이런 상황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1인 가정이라 도움받기가 더 어려운 독거노인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최근 서울의 독거노인은 3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 사이 3만 명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핵가족화 심화에 따라 독거노인 역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후 빈곤과 고독사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집에서 혼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약 30%를 차지해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독거노인은 비독거노인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컸다고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사회 이슈에 한 기업은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우유안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3,000여 가구의 홀로 계신 어르신에게 안부를 묻는 후원 사업으로 전날 배달한 우유가 남아있을 경우 관공서나 가족에 연락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인데요. 참으로 고마운 사업입니다. 각 지역의 정부 기관들도 고독사를 방지하는 예방 사업들을 내놓았고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 AI 대화 서비스 등을 확대 시행했습니다.
뉴스 보도만 알려졌다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존속살인으로 끝났을 사건.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 가정. 이러한 사건들은 결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어느 나라 보다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을 가졌지만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리 개인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없는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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