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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인간 (2012-04-13 00:00)

가끔씩, 아니 자주 우리는 아바타를 생각한다. 내가 그러하듯이 그 또한 나처럼 그러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우리가 아는 한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본질은 나의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다. 나와 똑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나와 동일한 분량의 열정을 갖고 있고,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까지 완벽하게 복제한 아바타를 갖고 싶어한다.
나의 아바타는 또다시 자신을 완벽하게 빼닮은 또 다른 복제 인간을 꿈꾼다. 결국 꿈까지 완벽하게 복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완벽하게 복제를 한다고 해도 결코 소득은 복제되지 않는다. 흔히 하는 말로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선착순이 아니라 노력순이라고 한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곳에서 수입의 역전이 일어나고 자신보다 뛰어난 아바타로 인해 속상해 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일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제를 할 경우에는 역전은 불가능하다. 아바타 즉 복제 인간이란 결국 원판을 보조하거나 원판만을 위한 시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 <나를 보내지마>라는 소설이 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헤이셤 학교는 모든 유럽의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특히 문학과 미술 등의 예술분야도 적극적으로 가르친다. 그러나 소설이 진행되면서 여느 학교와는 좀 다른 모습이 감지된다. 느닷없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아이들이 알고 있다. 자신이 복제 인간이라는 것을.
소설은 등장 인물 중 가장 활달한 루스라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근원자(원판)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아연 긴장감에 휩싸이지만, 끝내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소소한 갈등과 사랑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자라난다. 그리고 장기 기증이라는 원래의 목적대로 한 차례 두 차례 근원자로 짐작되는 사람에게 장기를 떼어주고 죽음을 맞는다.
복제 과정에서 분노를 관장하는 유전자를 제거했는지 이들은 반항이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온순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한다. 뛰어난 미술 능력을 가진 토미도 결국은 그가 사랑한 캐시의 간호를 받으며 세 번째까지 기증을 마친다. 소설은 극적인 반전이나 역전 없이 고요하게 끝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폰서가 복제해낸 파트너를 생각했다면 억지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파트너라 하면 어쩌면 <나를 보내지마>의 복제 인간들처럼 온순하고 유순하게 근원자(스폰서)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이 좋아 윈윈이고 상생이지 오로지 자신의 아바타를 저만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스폰서들이 여전히 이 바닥에 차고 넘친다. 사악한 스폰서를 견디다 못해 반기를 들고 탈퇴를 하거나 정면으로 대결하는 파트너들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소설속의 아바타처럼 온순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단절할 만큼 매몰차지 않은 이상은 묵묵히 스폰서를 따라가기도 한다.
근래에 들어 과학계를 중심을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황우석 사태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잠잠한 듯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는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복제 인간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나를 만들어서 희생시킨다는 것이 당장 듣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나와 동일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사고하는 인간의 장기를 떼어 내가 연명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성공과 일신의 영달을 위해 나의 아바타인 파트너를 희생시키는 일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론상으로는 당신이 부자가 돼야 나 또한 부자가 된다고 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파트너가 나보다 더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스폰서라고는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사람들 앞에서는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말을 하지만 정작 속내는 파트너의 성공을 배아파하는 사람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말하기가 쉬워 복제 사업이지만 복제라는 말이 주는 불길한 느낌은 네트워크 비즈니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도록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은 위기 상황이 닥칠 때면 몸의 털을 뽑아 아바타를 만들어 적들을 혼미하게 한다. 그리고 승부가 결정된 다음에는 자신의 복제품들이 어떻게 되는 상관없이 다음 여행지를 향해 훌쩍 떠나고는 한다.
네트워크 비즈니스란 선점의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기업이 생길 때마다 개떼처럼 판매원들이 몰려드는 것도 선점의 매력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먼저 깃발을 꽂은 판매원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깃발을 잡은 사람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의무는 회피한 채 이득만 챙기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결국 선점한 사람이 이기게 돼 있다. 이론 그대로 파트너가 성공했을 때 나는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영광을 누릴 수가 있다. 좀 더디 가면 어떤가. 결국은 내가 이기게 돼 있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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