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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으로 갑시다 (2022-06-30 17:43)

속 터지는 코로나 어디로든 가보자㊳


부안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물리적 거리도 그렇지만 막연히 먼 곳으로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감이 더해져 마치 꿈속의 어느 지역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비하게도 이 몽환적인 감상을 실재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부안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채석강의 세월과 서해의 세월이 조우하는 곳
부안을 떠올리면 넓고 두꺼운 휘장을 두른 듯이 채석강을 감싸고 있는 안개와, 그 안개의 미세한 틈을 비집고 밀려오던 물결소리가 들린다. 아래위로 켜켜이 쌓인 채석강의 세월이 앞뒤로 침식하는 서해의 세월과 조우하는 곳. 소리 없이 벗은 발로 다가와 발가락 사이마다 부드러운 거품으로 어루만져주는 위안이 그곳에 있다.

채석강에서는 파도 소리보다 바람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소나무 숲에서 어루만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멀찍이 물러선 바다를 보노라면 진짜로 웅얼웅얼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얼마 전 타계한 시인 문인수는 채석강 근처에서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사소한 삶의 풍경들이 곧잘 훨씬 더 아름다운 작품으로 증폭되는데 비해 태생적으로 아름다운 풍경들, 입이 떡 벌어지게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인간의 뇌는 작동을 멈추고 그저 감탄이나 연발하다 주저앉을 뿐이다.


똥섬 지나 곰소
여전히 젖은 발로 해안선을 따라 부안의 안쪽으로 파고들면 똥섬을 지나 곰소가 있다. 어쩐지 곰삭은 듯 들리는 곰소라는 지명답게 잘 익은 젓갈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젓갈 두어 조각이면 밥 한 그릇쯤 게 눈 감추듯 해치우던 시절이 있었다. 어리굴젓이라도 좋고, 갈치속젓이든, 창난젓이든 이도 저도 아니라면 흔하디 흔한 새우젓이라고 해도 내륙의 입맛에는 별미로 여겨지던 그 시절이 있었다.

어쩌다 듣는 곰소라는 이름. 설마 이것이 어느 고을의 이름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해 곰소라는 젓갈이 따로 있는 줄 알기도 했다. 이 작은 마을 또한 이름값을 하느라 드문드문 까칠하고 불친절한 집들도 끼어 있어서 구색을 맞춘다. 하기는 아무리 인심 좋은 척해도 장사는 장사니까, 생계는 생계니까.


부안의 중심 변산, 변산의 중심 내소사
이것저것 스티로폼 박스를 가득 채워 택배를 맡겼다면 이제는 부안의 진경(眞景)이라도 해도 거리끼지 않을 내소사로 간다. 내소사는 부안의 속살이다. 부안의 속살이라는 말은 곧 변산의 속살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채석강도 곰소도 변산이 흘러내린 발치의 일이라면 내소사는 변산의 심장이며 곧 부안의 중심이다.

내소사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스스로의 의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나무 숲길에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가는 길이다. 월정사의 그 길과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또 같기도 하다. 특정 계절만 아름답다고 해서 절경이라 이름을 붙여주기는 뭣하다. 아침에만 예쁘다고 미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처럼.
 
내소사는 사계절이 균등하게 아름다운 절집이다. 돋아나는 새싹으로 어지러운 봄날이나, 피톤치드 작렬하는 여름, 울긋불긋 단풍이 익는 가을에서, 수시로 폭설이 쏟아져 상록수의 푸른 기운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겨울까지. 내소사는 단 한 번이라도 찾아든 발자국에 대해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내소사까지 들어가는 길이 자연유산이라면 내소사 자체는 문화유산이다
.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대웅보전 꽃살문은 질박한 아름다움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문살조차 예술로 승화시킨 목수의 안목이 내소사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어둔 셈이다. 이 사소한 꽃살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부안을 찾고, 전나무숲길로 빨려 들어간다.

변산에서 발원한
의 강은 이뿐만이 아니어서 모항이라든가 변산해수욕장이라든가, 위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구성하는 결정적인 한 조각 퍼즐로 대한민국 전도를 지키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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