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 완화로 업계가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컨벤션, 인센티브 트립 등 굵직한 이벤트 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자 이벤트 뒤편에서 업체 관계자와 대행사 간의 리베이트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란 판매자가 지급받은 대금의 일부를 사례금이나 보상금의 형식으로 지급인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말한다. 제약업 및 의료계에 대형 의약품 리베이트가 터지며 사회적 문제가 되어 국민에게 리베이트는 ‘공정거래의 독’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리베이트는 전 산업 분야에서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으며, 대다수 은밀하게 진행되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리베이트로 인해 저품질 제품이 유통되기도 하며, 서비스의 질도 하락하게 되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사회의 독버섯 같은 리베이트 관행이 우리 업계에서도 만연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된 전산, PG, 인쇄물, 여행, 제품,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계와 거래하기 위해 은밀한 리베이트 제안을 시도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다. 해당 분야 회사의 리베이트 제안도 문제이지만 대놓고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업계 관계자도 많아 잘못된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

모 업체 임원은 수년 전 인센티브 트립 업무를 담당하며 여행사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는 여행사가 제시한 견적보다 인당 10만 원 상향된 견적서를 요청, 대표이사에 결재를 받았다.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가는 여행을 1년에 2회 이상 진행해 매년 수천만 원을 받았으며, 퇴사할 때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뿐만 아니라 제조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경우도 있다. 현재 모 업체 임원은 이전 회사에서 화장품 세트를 론칭하면서 상당한 금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당시 업체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는 약 10억 원 상당의 초기 발주를 진행했다. 제품력이 뛰어나더라도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은 결국 저품질 문제로 인해 찾는 사람이 없어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이어졌다.

제품에 대한 리베이트는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리더 사업자는 제조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약속받고 경영진에게 해당 제조사의 제품 론칭을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업자 조직을 데리고 타사로 이동하기도 한 사례도 있다.

직원이 사업자와 공모해 사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는 사례도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이전 회사에서 영업이사로 재직 당시 특정 사업자의 직급 달성 및 직급 유지를 위한 특혜를 부여하고 해당 사업자로부터는 지급 받는 수당의 일정 부분을 받았다.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모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은밀하게 리베이트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다 알려진다. 업계에 누가 어디서 얼마를 받았다거나 접대를 받았다는 얘기가 많다”라며 “리베이트를 한 번 맛본 사람은 회사나 사업자, 소비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이득만을 생각하게 돼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업계 이미지 실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악행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모 여행사 대표는 “철저한 프레젠테이션 준비와 공정한 비딩으로 거래를 따내도 담당 직원이 대놓고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다음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줘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법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과도한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 ‘부당 고객 유인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서비스 및 품질 저하로 기업의 손실로 이어지고 나아가 업계 이미지 실추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그릇된 행동인 리베이트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투명하고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모두가 근절하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