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는 라인 이동은 공정거래법 위반

法과 道德 사이, 라인 이동 - 회사, 매출 때문에 라인 이동 요청 거절 힘들어

(2022-07-28 17:42)

이 세상 모든 비즈니스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다단계판매업은 그 어떤 비즈니스보다 사람을 대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다.

스폰서와 파트너 등 함께 팀 또는 그룹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 거의 매일같이 교육 및 세미나로 미팅을 하다 보니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자주 생기기도 한다. 지속된 불협화음에 결국 라인 이동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라인 이동은 말처럼 간단하게 이뤄질 수 없다. 이동을 원하는 판매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다른 판매원들의 수당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라인 이동에 관해서는 방문판매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은 없지만 방문판매법보다 상위법률인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공정거래법 제5조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판매원의 라인 이동 요청이 있더라도 회사는 임의로 라인을 이동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과거 모 다단계판매기업의 라인 이동에 대한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즉, 회사가 판매원의 요청으로 라인을 이동할 때에는 무단으로 이동해서는 안 되며, 상하 파트너의 모든 동의를 얻은 후에 가능하다. 앞선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임의로 진행된 라인 이동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A 판매원은 “어느날 갑자기 계보도에 모르는 사람이 내 위로 등록되어 있어 회사에 문의했더니 다른 라인에 있던 사람인데 문제가 있어 이쪽으로 오게 됐다며, 내겐 특별히 (수당 등) 문제될 것이 없으니 평소대로 사업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B 판매원은 “이전 회사에서는 회사가 한 판매원을 다른 쪽으로 이동한 뒤 그 판매원 상위 스폰서가 이의를 제기하자 그 스폰서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동시켜주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다른 판매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니 다시 원위치시켜 무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C사 임원은 “파트너와의 불화로 라인 이동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대화로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부득이하게 라인 이동을 하게 된다”면서도 “최대한 이동을 원하는 파트너와 연결된 판매원들의 전체 동의를 얻으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모두 동의를 얻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 빠진 자리에 누가 올라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라고 전했다.

D사 대표는 “원칙대로 한다면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등록하고 활동하지 않는 회원들에게 까지 모든 동의를 얻기 힘들다. 탈퇴하고 6개월 뒤 다른 쪽에 신규로 가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렇게 되면 최소 6개월 동안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데 어느 누가 그 방법을 선택하려 하겠나”며 “또 매출이 아쉬운 상황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라인 이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 업계 관계자는 “매출 비중이 높은 판매원이 라인 이동을 요청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안들어 줄 수 없다. 혹여 요청을 묵살하거나 동의를 얻지 못해 이동이 불가하게 되면 다른 회사로 파트너를 데리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분명 동의 없는 라인 이동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취합된 라인 이동 제보를 살펴보면 신규 업체나 매출 규모가 작은 회사의 발생 빈도가 높다. 또한, 최상위 판매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면서 회사나 당사자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상위 판매원에 의해 이동이 되는 경우도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당사자는 물론 연관된 다른 파트너의 동의 없는 라인 이동은 불법이다. 당장의 실적에 연연해 불법을 자행하는 것보다 법률을 준수함으로써 올바른 유통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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