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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다단계판매라는 용어에 관하여

  • (2023-02-23 17:21)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다단계판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못했다. 당시에는 지금의 다단계판매라기보다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이 판을 쳤고, 수백만 원을 베팅하는 도박행위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했다. 심지어는 이 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까지 나오면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은 최악에 이르러, 한국에는 건전한 다단계판매가 뿌리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암웨이, 썬라이더, 포에버리빙 등의 외국계 기업들이 대거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 방문판매법이 제정·시행됨으로써 다단계판매산업이 제도권에 들어서는 등 하나의 산업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단계판매산업의 역사가 시작된 지
30년이 다 됐다. 지난 시간 동안 판매원들과 기업 임직원 등 업계 종사자들은 다단계판매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시장정화를 위해 힘써왔다. 여기에 방문판매법에 따라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공제조합이 지난 20년간 소비자와 판매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왔다. 덕분에 3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다단계판매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직 갈 길이 멀다
. 과거와 비교했을 때 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체감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다단계판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못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하는 법률 조항에 대해 물으면 십중팔구 후원수당 지급률을 꼽지만, 이와 거의 동등하게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다단계판매용어 변경이다.

왜냐하면
다단계라는 단어가 언론이나 방송 등은 물론이고, 대중들 사이에서도 잘못 사용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합법적인 영업을 하는 업체 모두 도매금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인, NFT, 가상캐릭터 등을 매개로 사람들을 끌어모은 불법 업체들은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 다단계판매와 비슷하단 이유로 모두 불법 다단계로 표현됐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특별한 이질감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단계판매라는 말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30여 년 전의 그 날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다단계판매라는 말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 ‘단어만 바꾼다고 본질이 바뀌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 이들이 많았다.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사건·사고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용어 오남용 캠페인 등 다단계판매라는 말의 뜻을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 잠시뿐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30년 동안 다단계판매라는 단어의 소리와 의미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약속된 것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불법 업체를 다단계판매로 오인
, 보도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용어 변경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도 다단계판매라는 말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
111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창립 2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박한길 회장(애터미 회장)속이 바뀌지 않고, 단어만 바꾼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다단계판매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의견과 궤를 같이하는 관계자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와 여러 감시로 인해 부당한 피해를 주는 업체가 있다면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당하고 있고
,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들만 살아남게 되면서 시장이 정화됐다는 점을 다단계판매용어 변경의 근거로 든다. 실제로 다단계판매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학술 결과가 잇따르고 있고, ·간접적 고용 창출, 세수 증대 등으로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불법 업체와 함께 엮여 비난받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치매의 용어를 바꾸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 ‘치매라는 용어는 ‘demen­tia(정신이상)’라는 라틴어 의학용어의 어원을 반영하여 .(어리석다는 의미)’라는 한자로 옮긴 것으로, 일본에서 전해 받고 해당 한자어를 우리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게 됐다.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불필요한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용어 변경은 다단계판매산업에 관한 인식 개선 사업의 마침표와 같다
. 위의 사례처럼, 다단계판매라는 말이 현재의 산업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지 짚을 필요가 있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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