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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꽃이 피면 (2023-03-17)

속 터지는 코로나 어디로든 가보자<69>


교토는 세상에서 3월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다. 1,600개 이상의 사찰과 신사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어딘지 모르게 경건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이 벚꽃이라면, 일본의 벚꽃을 상징하는 곳은 교토다. 교토에 꽃이 피면 교토로 가자.


교토
1, 기요미즈테라(淸水士)
교토 여행은 교토역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상점과 식당, 낯선 여행자를 위한 관광 안내소 등이 즐비해 교토역 인근만 돌아보는 데 하루를 꼬박 사용할 수도 있다. 이제 일본은 한국보다 물가가 싼 나라가 됐지만 교통비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시간에 쫓겨 가며 두루두루 둘러봐야 하는 여행자라면 시내버스 종일권이 필수다.

세계인의 뇌리에 박혀 있는 교토의 모습은 기요미즈테라
(淸水士)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도 다르고 중국과도 다른 독특한 건축 양식, 특히 지붕 양식은 일본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 여행 좀 해 본 사람들의 로망이 됐다. 특히 기요미즈테라에서 내려다보는 교토의 풍경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더구나 벚꽃 만발한 기요미즈테라라면 굳이 오랜 시간 수도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가 틀 것 같다.



3
월엔 사랑의 길로 변하는 철학자의 길
하이델베르크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교토의 철학자의 길도 꼭 걸어봐야 할 명소 중의 하나다. 하이델베르크가 칸트의 길이라면 교토의 철학자의 길은 니시다 키타로(西田幾多郞)의 길이다.

운하를 따라 만발한 벚꽃이 드리운 꽃그늘 아래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각각의 언어로 벚꽃의 풍경을 찬양한다
. 그러나 몰려드는 인파를 감안한다면 철학자가 사색하며 걷기에 봄이라는 계절, 3월이라는 계절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노점상과 길거리 음식
,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 그렇지만 철학은 할 수 없어도 사랑을 하기엔 충분하다. 나란히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이는 연인들을 위해서라면 벚꽃이 질 때까지는 사랑의 길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머리에 꽃을 꽂아도 괜찮아
기요미즈테라 인근도 그렇지만 기온(祇園)이야 말로 교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이기도 했던 교토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다. 기온시조역(祇園四.)에서부터 시작되는 옛 거리는 마치 금방이라도 지붕을 타고 닌자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다.

국적을 불문하고 기모노를 입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한 떼의 여성들이 총천연색 기모노를 입고 머리에는 꽃을 꽂고 지나간다
. 한국에서 머리에 꽃 꽂은 여자를 보는 것과 기온에서 꽃 꽂은 여자를 보는 심정이 이렇게 다르다니. 그리하여 인간이란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일 게다.

기요미즈테라나 철학자의 길에 핀 벚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면 눈사태에 버금가는 꽃사태가 한창인 마루야마공원
(円山公園)으로 가자. 마루야마공원은 낮에도 멋지지만 밤벚꽃놀이 명소로 더 유명하다. 즐비한 포장마차와 수준급 버스킹 그룹이 길을 따라 이어져 여수(旅愁)를 자극한다. 교토의 3월은 오로지 벚꽃에만 집중하는 계절이다. 물론 꽃을 보노라면 수많은 사연들과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침범해 들어올 테지만 3월 교토에서는 꽃잎이 흩날리듯이 길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요리의 수도
기요미즈테라(淸水寺)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교토는 물이 맑고 물맛이 좋아 일본에서 가장 요리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일본 요리를 집대성한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이 바로 교토 출신이다. 교토의 미슐랭 별집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이세키요리(會席料理)의 원형을 창조한 사람이 바로 기타오지 로산진이다.

교토는 두부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하다
. 맑은 물로 빚은 교토 두부는 예로부터 수많은 식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두부 전문점으로 미슐랭 원스타를 획득한 기온사사키(祇園佐.)는 웬만해서는 예약이 힘든 곳으로 유명하다.

오너셰프인 히로시 사사키는 한국의 조선호텔 일식당과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 요리 과정도 독특해 다치에 앉아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대부분의 일본 요리가 그렇지만 특히 카이세키요리는 계절감을 살린 재료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 재료를 만져 없던 맛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재료에 남은 맛 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제 꽃은 피고 교토로 가야 할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
. 눈 호강에 입 호강에 마음까지 호강할 수 있는 그곳으로 가자.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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