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돌아온 이종근 전 검사장

“불법다단계 신고센터 등 공익활동 하겠다”

(2023-03-17 09:49)

이종근 전 검사장이 테헤란로에서 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불·탈법이 횡행하던 다단계판매의 초창기, 선을 넘은 업체들을 집중 감시하면서 직접판매가 건전한 유통산업으로 자리 잡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4년에 걸친 민완 검사(범죄 수사나 범인 체포 때 재치 있고 빠르게 처리하는 검사)의 역할을 마치고 변호사로서 새출발하면서도 이 변호사는 다단계판매업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방면의 공익활동을 전개해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Q. 불법다단계 수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제가 불법다단계 수사를 많이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혹시 이종근 검사 가족 중 누가 불법다단계 사기를 당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억측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사법연수원 시절 시민단체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하면서 금융 피해를 입은 분들을 많이 상담했습니다.

그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 발령받고 다단계 전담 부서에 배치되면서 불법다단계 수사와 인연을 맺게 됐죠.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의 불법피라미드 사기 사건을 지휘한 것이 최초의 수사였습니다.

정확한 수사를 위해 국내에서 발행된 다단계판매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점심 시간이나 퇴근 후, 심지어는 휴가 기간에 테헤란로의 많은 다단계 업체를 찾아가 강의를 들으면서 불법다단계 마케팅플랜을 숙지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다단계 업체의 꾀임에 넘어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 수억 원에 이르기까지 재산을 헌납하다시피 하는 주부와 노인들을 보면서 민완 검사를 지향하는 검사 이종근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24년의 검사 생활 중 기억에 남거나 안타까웠던 사건은 어떤 것입니까?
정말 많은 사건을 수사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당시 대한민국을 흔들다시피 했던 제이유그룹 사기 사건과 조희팔 사기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사건 모두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이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주목하던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조희팔 사기 사건은 범행 후 중국으로 밀항한 범인 일당을 중국에서 체포해 한국으로 압송해온 사건입니다. 일당 중 3명이 실형을 받았고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수사를 무마하거나 편의를 제공한 검찰과 경찰들이 구속됐습니다.

이 사건은 조희팔이 죽었다며 ‘공소권 없음’ 처리됐는데 많은 피해자들과 국민들은 아직 조희팔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조희팔의 측근들이 찍었다는 동영상만으로는 그가 실제로 죽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시신을 화장한 후에는 유전자 감식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죠.

또 조희팔이 중국의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하는데 경험에 비춰볼 때 사기범은 쉽게 심장마비로 죽지 않습니다. 3조 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한 사기범이 밀항까지 감행하고서 노래를 부르다 심장마비로 죽는다? 이것은 피해자들 입장에선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죠.

Q. 검사의 역할과 변호사의 역할은 완전히 상반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

대검찰청에서 인증한 1급 블랙벨트 공인전문검사로서 검찰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불법다단계, 유사수신, 가상화폐 및 코인 사기 사건은 물론이고 금융사건 등 각종 형사사건에서 사건 관계자가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전문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Q. 불법다단계 신고센터 운영도 생각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변호사 활동과는 별개로 검사 시절 많이 겪고 확인했던 불법다단계 및 금융사기, 가상화폐 사기 등에 대한 경험을 살려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특히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는 코인 채굴 사업에 참여하거나, 특정 코인을 판매할 경우 적게는 수십 배 심지어는 수천 배까지 돌려준다는 업체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들 업체의 경우 불법다단계나 폰지 사기의 우려가 있으므로 공익활동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는데 업계와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 나가겠습니다.

<법률사무소 계단 이종근 대표변호사 주요 경력>
- 불법다단계·유사수신 전담검사
- 대검찰청 공인전문검사(다단계·유사수신 분야, 1급 블랙벨트)
- 법무부 가상통화 대책 TF 실무 총괄
- 서울서부지검 검사장
- 대검찰청 형사부장
- 서울남부지검 제1차장검사
-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 수원지검 형사제4부장, 공판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