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어려워해 인체에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전자담배로 바꾸고 있다. 이에 전자담배의 두 대표주자인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항상 커뮤니티에 등장한다. 전자담배도 건강에 좋지 않지만, 궐련(일반담배)보다 비교적 덜 해로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내 약 1,000만 명의 흡연인을 위해 두 형태의 전자담배에 대해 비교해보자.
▷ 아이코스 3(사진=아이코스)
담배의 탈바꿈, 궐련형 전자담배
궐련의 유해 성분 흡입을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전자담배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가장 인기있는 전자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다. 기존 궐련의 경우는 담뱃잎을 태우는 방식으로 발암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신체에 해로운 성분이 지속해서 쌓이며 흡입을 지속할경우 질병을 유발한다. 또한 소위 ‘쩐내’라고 부르는 독한 냄새가 온몸에 밴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흡연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 비중은 2017년 2.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4.8%, 올해 상반기엔 16.5%로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규모가 2025년에는 2조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포함된 전용 스틱을 기기에 꽂아 가열하여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담뱃잎이 포함되어 풍기는 풍미는 일반 연초와 가깝다.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아이코스, 릴, 글로 등과 같은 브랜드가 인기다. 특히 아이코스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코스는 지난 2014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개발했으며, 국내는 2017년 출시했다. 당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출시한지 단 5개월 만에 5,000만 갑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서 영국의 담배회사인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가 개발한 ‘글로’가 출시되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하자, 국내 담배회사인 KT&G도 ‘릴’을 출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기 때문에 유해 성분의 축적도가 궐련에 비해 한참 낮다. 즉, 유해 성분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는 흡연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다. 또 니코틴의 함유량이 비교적 적다. 궐련 담배의 니코틴 평균 수치는 0.7mg인데 반면, 아이코스는 0.5mg, 릴은 0.3mg, 글로는 0.1mg로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도 피하지 못하는 부분은 ‘타르’의 함유다. 타르(Total Aerosol Residue, TAR)는 담배 연기에서 니코틴과 수분의 질량을 뺀 후 남아 있는 고체 및 액체의 총 잔여물을 뜻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르를 포함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시장 점유율 95%에 해당하는 궐련의 타르 최대 함유량은 8.0mg이다. 하지만 아이코스는 9.3mg, 릴은 9.1mg, 글로는 4.8mg으로 타르 함유량 부분에 대해서는 더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8년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주요 성분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분석을 실시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암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을 배출하며, 궐련보다 덜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궐련형 전자담배 기업들은 식약처가 행한 분석에 대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 반박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달라 배출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 베이포레소 크로스 나노(사진=전재범 기자)
액상형, 니코틴 말고는 없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쟁자인 액상형 전자담배는 국내에서 논란이 많은 전자담배 중 하나다. 액상의 위험성, 전자담배 구성품인 코일의 안전성 등 가장 많은 논란이 제기되지만, 최근 그 어떠한 종류의 전자담배보다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좋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함유되어있는 액상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형태로, 궐련형 전자담배와 다르게 수증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장점이 확실히 많다. 액상의 맛 종류가 다양하며, 기존의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의 냄새가 아닌 달콤한 향기가 나 주변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에는 니코틴이 포함되어 있지만, 독성이 궐련의 약 5% 정도로 그 어떠한 형태의 궐련과 전자담배보다 덜 해롭다. 수많은 논문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는 타르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증명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 전자담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점인 2019년 10월,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흡연자 가운데 ‘폐 손상 및 사망사례’가 급증해 사용중단 권고안을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신고됨에 따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 12월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액상에 대해 전수 조사해 유해 성분의 함유량과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 기관의 발표에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 단국대 금연클리닉 정유석 교수 (사진=의학채널 비온뒤 유튜브 캡쳐) 미국이 발표한 권고안 속에는 ‘THC’ 액상을 사용 중단하라고 발표했다.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는 대마초로 알려진 마리화나의 주된 환각성분 중 하나로 폐 손상·사망한 환자 849명 중 86%가 THC가 함유된 액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국내에서는 마리화나와 같은 성분은 제조 및 수입이 불법으로 THC를 사용한 액상이 없다”며 반발했다. 당시 140만 구독자를 가진 ‘의학채널 비온뒤’에 출연한 단국대 금연클리닉 정유석 교수는 “미국의 권고안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은 THC 액상을 금지하는 것이지, 액상형 전자담배 전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는 약 1,000건의 부작용 사례에 THC 함유 액상을 판매 중단하라고 했지만, 국내 정부는 1건의 의심 사례에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 중단하라고 발표한 것은 섣부르고 과했다”라고 덧붙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실질적으로 금연보조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영국 왕립의사협회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후 영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에 약 4만 명의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했다. 또한 2016년 이전까지 평균 20%의 흡연율이 2017년 남자 18.7%, 여자 15%로 하락하더니 2020년 남자 15.3%, 여자 13.7%까지 줄었다. 반면 국내의 전체 흡연율은 지난 2021년 19.3%(남자 31.3%, 여자 6.9%)로 기록됐다. 2020년대 이전의 흡연율은 평균 24.4%로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영국과 같은 권고가 흡연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